「신경제 1백일 계획」이 순항하고 있는 것인가. 17일 청와대에서 「신경제 1백일계획 50일 중간추진상황보고 대회」가 있었다. 경제팀장인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우리경제에 「움직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나 지표상의 경제활성화 효과는 「1백일 계획」의 파급효과가 현장에 파급되는 하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역대부총리들의 무수한 경기동향 및 대책보고들이 있었지마는 「움직이는 분위기」라는 용어를 들어본일이 없는 것 같다. 경기가 침체의 동토에서 풀어지기 시작했지마는 아직 구체적으로 성과가 가시화될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뜻이 정확히 와닿지 않는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의 핵심목표는 물가고없는 경기회복이다. 일단 여기에 성공한뒤 연 성장 7∼8%의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한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진시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경제 1백일 계획」은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초석이 되는 셈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새 정부의 꿈과 의욕이 담겨져 있다.「신경제 1백일 계획」의 성패를 가름하는 잣대는 물가안정과 설비투자인데 지금으로서는 실적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5월초 현재 3.7%가 올랐다. 올 목표 5%까지는 1.3% 밖에 여유가 없다. 우라나라 물가는 내릴줄 모르므로 불안하다. 「고통의 분담」에 따를 공무원 임금동결,대기업의 임금억제(평균 4.2%) 등 이례적인 정책적 임금억제 조치 등을 감안한다면 물가안정을 더욱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다 실망적인 것은 설비투자,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 금리인하,통화량의 신축적운영,해외자금 조달규정 완화 등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썼다. 지난 3월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1.7%,1분기 전체로는 3.3% 감소했다. 그러나 수출은 올들어 7.8%의 건실한 성장세를 보여왔고 또한 건축경기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는 강력한 회복세를 시사하고 있는데 철근 등 일부건자재는 벌써부터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경기침체가 심각하여 우선 모양새와 성격이 어떠하든 무조건 경기가 회복됐으면 하는 심리가 앞서게 될지 모르나 경기회복도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주는 제조업 활성화가 선도하는 건실하고 균형된 탈불황이 바람직한 것이다. 불황극복만이 목적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수도권 신도시 2백만호 건설계획을 벌이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전체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감안치 않은 단일 대형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역기능을 하는가를 6공에서 체험했다.
우리경제가 다시 높은 물가고의 왜곡된 경기과열 현상을 겪게된다면 국제 경쟁력회복은 사실상 환상으로 남아있게 된다. 우리경제가 추구해야하는 것은 설비투자가 선도하는 인플레없는 경제활성화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이 의도하는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팎의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또한 시간이 걸린다. 1백일 계획의 중반실적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시기상조 같은데 중요한 것은 탈불황의 기반이 건실하게 뿌리내려가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관계,재계,학계 등에서 상당수는 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사정이 기업의 설비투자 등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보면 그렇지않다.
부정부패는 본질적으로 경제효율과는 상극이다. 정·경유착 등 구조적비리가 건재한 한 국제경쟁력은 되찾을 수 없다. 우리 경제정책은 지금 당장의 경기회복보다는 경쟁력 제고에 역점을 둬야할 것이다.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미국,일본,EC 등 선진국들이 모두 이 『기다려보자의 경제학』을 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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