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계 외톨이 전락 “함락 시간문제”/서방정책도 혼선… 개입 더 어려워져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는 16일 「밴스오웬안 사멸」을 선언했다. 같은날 내전 3당사자중 회교계를 제외한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는 양측간의 유혈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날은 밴스오웬평화안 수락여부를 묻는 이틀에 걸친 세르비아계 주민투표가 끝나는 날이었다. 두 사건은 일견 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에 명과 암을 던져주는,전혀 상반된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켜볼 것도 없는 투표결과를 염두에 둔 「카라지치의 선언」은 밴스오웬평화안을 더 이상 보스니아내전 종식의 카드로 생각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대신 「보스니아 세르비아 공화국」의 존재를 현실로 인정하는 새로운 지도그리기를 요구했다. 투표결과는 18일께 나올 예정이지만 평화안 수락가능성은 전무하다.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16일 휴전은 「깨질 것이 뻔한 또 한번의 휴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밴스오웬평화안에 입각한 휴전이란 뜻에서가 아니라 평화안 폐기를 위한 두 세력간의 공모란 의미에서 그렇다.
우선 이번 휴전협정은 그동안 회교계와 동맹관계를 맺어왔던 크로아티아계가 회교계를 따돌린채 일방적으로 세르비아계와 체결한 것이다. 더욱이 보스니아 서남부의 모스타르에서는 지난 9일이후 회교계에 대한 크로아티아의 치열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쟁이 세르비아란 공동의 적을 향한 다자연합의 전쟁이었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동맹군과 적군의 구분조차 모호한 양상을 띠게된 것이다.
실제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계는 그동안 밴스오웬평화안과 별개로 구 유고지역의 세력범위 조정을 위한 비밀협상을 벌여왔다. 비밀협상에서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계의 자치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인정받는 문제를 논의해왔다. 양측은 또 보스니아 영토분할에 관해 서로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누이좋고 매부좋기식 방안을 모색해왔다. 회교계에 대한 크로아티아의 공격재개와 세르비아크로아티아 휴전협정 체결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서방의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 뒤 그 틈을 타 최대한의 실익을 챙기겠다는 양진영의 속셈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여기에는 어쨌든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나름의 상황분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교계측은 국제사회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음모를 중지시키지 못하면 밴스오웬평화안은 폐기처분될 수 밖에 없으며 보스니아 회교계정부의 함락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갈팡질팡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방의 대유고정책은 사태가 꼬여드리면서 더욱 미로속을 헤매게 됐다.
세르비아계 군사지도자들은 카라지치의 선언에 맞춰 서방이 무력개입을 시도한다면 런던과 워싱턴 폭격함은 물론 회교계 섬멸작전을 전개하겠다고 위협했다. 런던과 워싱턴 폭격이야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협박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회교계에 대한 총공세는 서방측이 진작부터 우려해온 사태다.
이보다 더 서방측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현지에 주둔중인 영국과 프랑스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가능성이다. 설사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서방이 군사개입을 감행한다해도 누구에게 총구를 겨누어야할지 조차 모호한 형국으로 유고사태는 흐르고 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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