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등 「정씨 비호」 수사활기/“관련자 수두룩” 일파만파 소지6공 실세였던 국민당 박철언의원과 병무청장 엄삼택씨(전 안기부 기조실장)가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명목으로 수억원을 수뢰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정씨 형제 비호세력의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박 의원과 엄 청장은 정씨와의 자금수수관계가 불분명했던 천기호치안감(58·구속)과는 달리 정씨 형제로부터 뇌물을 직접 건네받았음을 입증하는 증거까지 드러나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슬롯머신업계와 정·관계 인사의 유착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이들이 「용팔이사건」 「마사회 체육청소년부 이관의혹」 등 5·6공 시절 의혹사건 연루설의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수사착수는 곧 5공 및 6공 실세 「제거」작업의 신호탄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많다.
현재 드러난 박 의원·엄 청장정씨 형제 유착의 근거는 90년 국세청의 정씨 형제들에 대한 세무조사 중단로비건에 두고 있다.
즉 90년 10월 당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 낌새를 눈치챈 정씨 형제들은 평소 「특수관계」를 유지해온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 엄 청장과 여권의 실세중 실세였던 박 의원을 움직여 세무사찰을 막으려했고 이 과정에서 거액을 정치자금 목적으로 상납했다는 것이 경찰 수사의 요지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 의원과 엄 청장이 각각 여권실세,안기부 핵심간부로 모두 「드러나지 않는 중요업무」를 맡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특수업무를 매개로 90년이전 또는 이후 상호간에 검은자금 제공영업권 보호의 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을 가능성이 많다고 부언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정씨 형제가 정·관계 군 등에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해왔음을 상기한다면 이같은 특수관계는 비단 박 의원 엄 청장 양인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정씨의 자백 및 자금추적결과에 따라 「정씨 형제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은 정·관계 인사가 수두룩하다」는 소문이 사실로 속속 확인돼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정씨 형제가 88년 13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당 후보의 사조직인 태림회에 거액을 헌납했다는 설도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게돼 이번 사건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온 5·6공하의 정치자금수수 내막을 밝히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정치권으로 비화될 소지도 높다.
현재 정씨 형제와 유착돼 있다는 소문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여당 중진 L,K씨 또다른 L,K씨 등 여권의원 6∼7명,무소속 J의원과 야권의 K의원 등 3∼4명 등 10여명에 이른다. 또 정씨 형제들과 학연 등으로 얽혀있는 정·관계 인사 4∼5명과 군인사 3∼4명,전 현직 경찰 고위간부 10여명,경찰 간부 3∼4명 등도 정씨 스캔들이 표면화되면서 유착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정씨 형제 비호세력으로 단정하거나 사법처리 대상자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수사의 핵심은 직접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라는 검찰 고위간부의 지적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설은 어디까지나 설이며 이를 사실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물증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정씨가 다물었던 입을 열고 있고 정씨 자백을 근거로한 계좌추적이 예상외의 진척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간내 사법처리 대상자는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배후세력은 숫자보다 비중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밝혀 증거확보작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박철언의원 엄삼택청장을 끝으로 정씨 기소(오는 22일)전 수사를 일단 마무리짓고 장기 수사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주목되는 점은 검찰이 검찰조직 자체내의 슬롯머신업자 배후세력 단속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나서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배후세력 수사에는 성역이 없다』고 밝혀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정씨 형제 등 슬롯머신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정기상납받은 간부가 16일 자살한 광주지검 최인주 사건과장 이외에도 더 나올지 모른다는 점을 몹시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검찰은 내부 배후세력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쏟아질 「봐주기 수사」 비난과 밝혀낼 경우 「조직명예 손상」이라는 진퇴양난을 어떠한 묘수풀이로 헤쳐나갈지 주목된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