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83년부터 추진해오던 이른바 전략방위구상(SDI)을 지난주 공식적으로 백지화했다. 83년 3월23일,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구 소련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경우 그것을 비행도중에 격추시키는 계획의 추진을 발표했다. 지금도 엄청나게 여겨지지만 그 당시엔 더구나 충격적으로 여겨졌던 큰 계획이었다. ◆그때까지 미국의 핵방위전략은 상대방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았을 때 잔존공격력으로 대량 반격한다는 「확실한 보복논리」에 입각한 상호 억지효과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SDI는 거기서 한층 나아가 애당초 선제공격 자체부터 봉쇄하겠다는 발상의 구체화를 의미했고 그래서 이 구상은 「이쪽 탄환으로 상대방이 쏘아 날린 탄환을 맞혀 떨어뜨리는 이치」에 비유되기도 했다. ◆우주공간에 허다한 조기경보 위성·요격위성 등을 띄워놓고 지상에도 요격기지를 두어 상대방이 ICBM을 발사하면 초기 발진단계에서 분쇄하고 나머지는 대기권 밖에서 비행중 또 요격하고 대기권내로 들어오면 다시 지상에서 격추하는 등의 계획이 있어서 SDI는 「별들의 전쟁」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한 요격망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추정액은 약 5천억달러였다. 92년 SDI 연구기금으로 미 행정부는 52억달러를 요구했고 의회는 34억달러만 승인했다. 아직 연구단계였다. 지금까지 10년간 도합 3백억달러를 투입한 끝에 마침내 애스핀 미 국방장관은 『구 소련의 붕괴로 스타워즈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미국은 SDI기구를 탄도미사일 방위기구(BMDO)로 대체하여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 방위를 위해 조기경보·미사일 방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한국일보 16일자 4면 보도). 미국의 보잉,일본의 미쓰비시 등 14개사가 8백만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서태평양 미사일 방위구상」을 마련한 것이다. SDI보다 현실에 가까운 발상이다. 북한의 핵개발에도 대응하는 의미를 가지며 우리의 장기 방위계획 입안에서도 참고삼을만한 대목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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