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공 실세들/또다시 숨죽였다/사법처리 파장 촉각… 침묵6공 실세들이 또다시 숨을 죽이고 있다. 새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는가 하면 12·12사태의 성격을 규정하는 등 5공에 이은 6공의 법통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12·12사태 주역들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까지 거론되는 등 상황이 이들을 더욱더 위축시키고만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심사는 아예 체념에 가까운듯하다. 사정한파도 몹시 신경쓰이는 눈치다. 현역의원인 6공 실세들은 대부분 국회 상임위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편이지만,대정부 질의는 삼간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료의원들과도 별로 말을 나누지 않는다. 6공 인사들끼리도 잘 만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6공 실세는 노재봉(총리) 박철언(정무장관) 금진호(무협 고문) 최병렬(공보처·노동장관) 이원조의원 김종인(경제수석) 김영일의원(사정수석) 등이다(괄호안은 6공 당시 직위). 이중 박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자당 소속이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YS개혁을 일단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한결같이 『개혁이 과거단죄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견을 부연한다.
사정의 형평성,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도 주된 강조점중 하나다. 하지만 6공 실세들의 「뜻」이 청와대에 전달되거나 정책에 반영되는 기미는 없다. 때문에 이들의 행보는 자연 조용해질 수 밖에 없다.
이중 수장격인 노재봉의원은 국회 외무통일위,민자당 당무회의에 꼭 출석한다.
하지만 항상 입을 다물고 있다. 나름대로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심정이라는게 비서진들의 얘기지만,별다른 방법은 없는듯하다.
금진호의원 역시 국회 재무위에 빠짐없이 나오지만 의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외활동에는 나름대로 열심이다. 지난 9,10일 서울서 열린 한미 와이즈만 회의에 참석한후,회의결과를 양국 대통령에게 제출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중이다. 양국관계 등을 다루는 와이즈만 회의는 우리측에서 금 의원을 비롯 남덕우·노신영 전 총리,조순 전 부총리 등이,미국에서는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칼루치 전 국방장관,클라우센 전 세계은행 총재 등이 멤버이다.
이원조의원은 꽤 오래전부터 입원해 있다. 입원중인 고려병원의 병실은 병문안 전화나 방문을 일체 사절하고 있다.
그의 입원은 민감한 시국때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도피성 은거만은 아니다. 지병인 당뇨가 악화됐고 간기능도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진짜 입원한 것이다.
그는 입원하면서 부쩍 늙었다고 한다. 초췌하고 의기소침해져 있다는게 주변의 전문이다. 말도 거의 없어졌다 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그가 금융계를 주무른 거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름을 몰랐다면 왜소하고 심약한 60세 환자로만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은행 사건과 관련,사법처리설로 시달리고 있는 김종인의원은 『소문으로 사람을 만신창이 만들려는 모함』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그는 상임위 등에서 비교적 동료의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내심 한적한 곳에서 쉬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휴식」은 갖가지 소문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
비교적 곤혹스러움을 덜 느끼는 6공 실세는 최병렬의원. 그는 대선 당시 기획위원장으로 YS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데다 과거 비리사건에 연루되지 않아 홀가분한 편이다.
6공 실세중 초점인물은 역시 박철언의원이다. 최근 부정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박 의원은 배후인물로 꼭 거론되고 있다.
「용팔이사건」,「동화은행사건」,「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는 「감초」격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에 대해 『사정당국이 혐의가 안나오더라도 내 얼굴에 먹칠만 하면 된다는 속셈인지 모른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박해받은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연한 자신의 후원회사였던 우방·청구·건영 등이 곤욕을 치렀고 정치자금 단절로 자신의 연구소를 사실상 폐쇄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재조명의 노력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6공 실세들의 입지는 어려워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5공 출범에 얽힌 문제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5공 청문회가 5공 세력의 철저한 몰락을 가져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명예회복과 12·12사태에 대한 성격규정 등은 새정부의 과거사 재정립 작업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해주면서 집권층의 광범위한 교체를 수반할 것 같다.
6공 실세들의 위축은 집권층 교체의 시작일뿐인지도 모른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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