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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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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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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연의 사회라고 한다. 학연·지연·혈연 등 「3연」이 출세의 사다리를 한 계단 한 계단씩 높여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중 학연이 다른 두 연에 못지않게 중요시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특징적인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대학을 지나칠 정도로 선호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우리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학과 대학원의 석·박사과정에 대해서 「투입」과 「산출」의 비교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투입하는 노력,시간,돈만큼에 상응하는 대가를 졸업후에 뽑을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본인들은 물론이려니와 국가차원에서도 경제적인 일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가 국민학교 교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교사는 국민학교 4·5학년 때에 이미 학생들의 능력,소질,행태,성격 등 면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시험하여 상급학교 진학을 지도한다. 장차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가,직업학교로 갈 것인가,학생과 부모들은 교사의 권고를 거의 이의없이 수용한다. 학력,직업에 따른 소득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대졸 실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실업률은 3.2%(실업자 59만8천명)로 89년 1·4분기 이후 최고라고 하는데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12.2%가 늘어난 것이다. 이 실업자 가운데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14만1천명,전년동기보다 무려 18.5%나 늘어났다. 이 통계와는 별개인 상공부 통계에 따르면 올 대졸예정자의 취업률은 50% 이하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대졸자들이 종래에는 주로 고졸자의 몫이었던 직종에도 종사하는 고학력 인플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학력의 사치」를 버려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맹목적인 대학선호가 낳은 페해를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겪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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