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12시30분. 광주 망월동 제3묘역.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았고 신록은 푸르름을 더했다.『지금부터 80년 5월18일 군사독재에 항거해 장렬히 산화하신 민주영령들에 대해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이기택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일행은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뒤에는 2백여명의 5·18 희생자 유족들이 아무말없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날 3월의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최대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았다. 사실 지난해 대통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대표가 분향을 마치고 5·18 모역을 차례로 참배하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유족들이 이 대표의 손을 잡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광주 사람들에게는 이 대표가 김대중 전대표의 역할대리인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이 대표는 굳은 표저으로 다짐했다. 『우리당이 여러분의 한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이 대표 역시 광주문제의 해결 당사자가 될 것을 약속함으로써 민주당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음을 새삼 실감하는 것 같았다.
광주 사람들이 그렇게도 안타까워 했던 김대중대표의 정계 은퇴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정서」는 이처럼 민주당에 상속되어 가고 있었다.
마침 전날인 13일에는 김영삼대통령이 『현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서있는 민주정부』라며 『5·18의 명예회복과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가 20분간에 걸친 참배를 마치고 망월동을 떠나자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한시민은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광주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망월동 참배에 이어 하오에는 5·18 관련단체 대표자를 면담하고 전남의 시·군구의장단 취임 축하만찬에 참석했다.
이 대표의 광주행은 아직도 민주당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김 전대표를 의식한게 틀림없다. 그리고 광주의 분위기는 일단 이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이 대표는 김 전대표의 절대적 지원을 받아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대표의 역할 대리인임을 자임하는 이 대표나 이 대표에 기대를 거는 광주 사람들이나 모두 커다란 실험을 하고 있는것만 같았다.<광주에서>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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