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공 정통성 부정에 당혹/“법률처리 13대 국회서 끝난 일”연희동의 두 전직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13일 『12·12사태는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 사건』 『광주민주화운동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라고 말한데 대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무런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평소 두 전직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고 있는 측근인사들도 『우리로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12·12사태나 광주문제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해 두가지 사안이 모두 연희동쪽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임을 반증했다.
그렇다고 두 전직 대통령의 심기가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의 정치적 정의가 없더라도 민주당측에서 계속 12·12사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예민하게 지켜보아오던 터였다. 거기에다 민주당의 한 지구당 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을 내란죄로 검찰에 고발했는가 하면 12·12사태때 반대편에 섰던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도 당시의 비화를 공개하면서 정식 고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김두희 법무부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않아도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찬성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개운치 않았던 두 전직 대통령에게 12·12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건은 직격탄이 날아든 셈이다. 특히 12·12사태의 재평가는 두 전직 대통령이 주동적 역할을 했고 또 5,6공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구 정권의 정치적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나 신상과도 직접 연결된다.
때문에 연희동쪽에 가까운 인사들은 『두 사건은 당시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것』이라며 『그에 대해서는 후일의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두 전직 대통령을 대변하고 있다. 군출신의 한 민자당 의원은 『12·12사태는 정승화장군의 체포로 인해 빚어진 것으로 단순히 외형적 모습만으로 반란 또는 내란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각료 출신의 민자당 의원도 『시대가 바뀐 지금에 와서 과거의 일을 모두 잘못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나아가 이를 억지로 법적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김 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해오던 얘기가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정치적 재평가를 요구하는 민주당측이나 이에 응답한 김 대통령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로 들린다. 새정부가 문민정부임을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두 전직 대통령은 그러나 12·12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법률적 재평가를 주장하는 민주당측에 대해 새정부가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노 전직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12·12사태나 광주문제는 여소야대의 상황이었던 13대 국회에서 이미 4당 대표가 법률적 종결에 합의한바 있다』면서 『비록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때 합의했던 사람이 지금 그대로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재판의 경우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는데 민주주의에서는 절차도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재평가하는 것은 모르지만 두개의 정부를 거쳐 10년이상 지난 마당에 처벌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뿐이고 새정부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88년이래 아직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은 이번 일로 인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두 전직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후 개혁정책에 대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근들어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소리가 부쩍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새정부의 개혁이나 사정바람이 6공을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아래 『5공과 6공을 한데 묶어서 보지마라』며 은근히 6공과의 차별성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12·12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건은 당시 「종의 역할」을 한 노 전 대통령보다는 「주의 역할」을 했던 전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비중이 쏠린다는 측면에서 전 전 대통령으로서도 6공과의 차별성만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연희동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일치된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아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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