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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세력 규명 아직은 “구름잡기”/「슬롯머신 수사」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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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세력 규명 아직은 “구름잡기”/「슬롯머신 수사」 어떻게 돼가나

입력
199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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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치안감 상납업자 정씨 하수인 심증뿐/정­천씨 직접유착은 못밝혀경찰청 천기호치안감(58)이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뇌물을 정기 상납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구속됨으로써 검찰의 정덕진씨(53·구속) 스캔들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지난 4일 정씨 구속후 배후세력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던 검찰은 천씨조사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경찰과 슬롯머신 업자들간의 유착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내 앞으로의 수사에 전기를 마련했다.

검찰은 그동안 슬롯머신 업소에 대한 허가 및 감독권을 갖고있는 경찰이 업자들과 유착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경찰간부 10여명을 중점 내사해왔다.

특히 천씨는 서울지역 슬롯머신 업소의 신규허가·허가갱신 등을 담당하는 서울시경 3부장(형사·보안)을 역임하는 동안 금품수수 등 유착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만큼 가장 먼저 수사대상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검찰은 소문을 범죄사실로 입증키 위해 증거찾기에 주력,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홀리데이 이태원호텔 슬롯머신 업소로부터 매월 3백만원이 천씨형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천씨에게 돈을 상납해온 서울 리버사이드호텔 슬롯머신 동업자 박충희씨(53)와 천씨의 형 재호씨를 조사,천씨가 ▲형의 명의를 빌려 금품을 받아온 사실 ▲검찰소환에 대비,형과 작전회의를 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와 천씨가 직접 연계된 사실을 밝히는데는 이르지 못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정황상 천씨에게 금품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된 박씨는 정씨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씨의 배후세력을 파헤치는 것이 초점인 수사의 본류에서 비껴있는듯한 인상을 주는 천씨의 사법처리를 검찰이 왜 서둘렀느냐는 점.

검찰은 그동안 정씨 형제들의 계좌추적을 통한 자금의 흐름파악,슬롯머신 지분 명목상 소유자연행을 통한 실소유자 추적수사를 병행,배후세력으로 흘러가는 자금의 물증찾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슬롯머신 업소 이익금이 몇단계의 세탁과정을 거쳐 가명계좌로 입금된데다 명목상의 지분권자들마저 잠적한 상태여서 지분권 상납을 둘러싼 유착관계가 구체적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검찰은 ▲배후세력에 대한 가시적 사법처리 결과를 기대하는 여론의 압력 ▲혹시 수사가 완전히 실패하는게 아니냐는 내부적 우려에 시달리게 된것.

특히 정씨 배후세력을 규명하는 수사가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로 지속될 경우 비호세력의 반격이 예상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수사팀 사이에 형성된 것도 이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같은 배경을 고려한다면 검찰이 천씨를 전격 연행,사법처리한 것은 일단 천씨구속을 수사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있다.

검찰은 천씨를 구속함으로써 슬롯머신업소 지분소유 과정에 불법이 드러날 경우 반드시 사법처리한다는 원칙을 실천,배후세력들의 반격을 차단할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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