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요즘 화제는 슬롯머신 일색이다. 과연 어디까지 파헤쳐질 것인가에서부터 누가누구가 감춰진 배후세력인가에 이르기까지 입방아가 요란하다. 경찰의 왕별이라는 현직 치안감이 실제로 첫 소환되면서 다음은 누구일까에 대한 관심은 한결 높아졌다. 또 검찰이 철통 수배중인데도 언론기관과 비밀인터뷰를 통해 현직 병무청장(전 안기부 기조실장)의 개입을 물고 늘어진 정덕일씨의 행장에 대해서도 화제와 함께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그는 그 인터뷰에서 90년 당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의한 탈세적발에 대해서도 뉘우치기는 커녕 『야당 지원 소문에 대한 내사 및 카지노 진출에 대한 보복』이라는 등 억지항변을 늘어놓고 『검찰에 자진출두할 계획이 없다』는 등의 방자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 『해도 너무하다』는 사회적 공분을 촉발시키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거친 언행은 슬롯머신 세계에 얽힌 권력·돈·폭력의 유착관계를 새삼 드러내 보인다 하겠다. ◆슬롯머신 업계의 비리는 지난 89년 김성길씨가 르포집 「빠찡꼬 코리아」를 출간함으로써 일반에 그 내막이 폭로된바 있었다. 연간 2조원의 황금알 시장이자 복마전이라고 폭로했던 김씨는 그후 협박에 시달려야 했었고,당시 그 책 출간을 계기로 슬롯머신 비리단속을 강조했던 일부 언론보도는 당국에 의해 외면당하기만 했었다. 지금도 생각 나는건 당시 비리척결 주장 칼럼이 나가자 감사하다는 피해자들의 격려 및 제보전화 쇄도였다. ◆당시 슬롯머신에 큰돈을 날렸다는 어느 피해자는 경찰 총수를 지낸 사람이 덕진씨의 개인고문 노릇을 하고 있다고 알려왔었던 것도 아울러 생각난다. 그 때 당국이 유착의 고리를 끊고 철저히 단속했었더라면 오늘처럼 나라가 들끊는 소동이나 정씨 일당의 방자함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단도박회」에 따르면 슬롯머신 중독환자가 고스톱 다음으로 많아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시중의 들끊는 여론에 당국이 과연 어느 정도 호응할 수 있을지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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