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핵조종” “냉전적 변설” 공방/중 “당사자 대화로 해결을” 기권「안보리 결의 제825호」를 채택한 11일 저녁의 안보리 회의는 지난 3월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후 2개월간 막후에서 벌여졌던 논의와 결론이 2시간동안에 압축되어 나온 인상을 주었다.
부르토스 갈리 사무총장이 배석한 가운데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인 유리 보론초프 의장주재로 열린 안보리는 이날 하오 5시35분부터 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날 상정된 2건의 의제중 키프로스 평화유지군 재정문제가 20여분만에 처리되고 난후 나머지 시간은 대북한 결의안에 집중됐다.
결의안 표결이 실시된 하오 5시57분은 비공개 협의에서 각국의 입장이 대체로 나와 있긴 했지만 안보리 회의장은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표결에 앞서 이해당사자국인 한국과 북한이 안보리 회의에 초대됐으며 유종하 한국 대사와 박길연 북한 대사가 각각 정부의 입장을 피력하는 연설을 했다. 그런데 북한의 박길연대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의 조종으로 움직인다는 요지의 조악한 대미 비난발언을 30분이나 계속하자 미국의 마들레인 올브라이트 대사는 이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발언이 끝나자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는 즉석연설을 함으로써 미·북한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북한의 주장은 그간 여러차례 되풀이 됐던 것이다. 즉 한미 팀스피리트훈련이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라는 점,미국이 자국이 수집한 거짓정보를 IAEA에 제공하고 북한사찰을 조종하고 있다는 점,안보리는 이 문제를 취급할 근거가 없고 한반도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교섭에 의해 풀려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미국에 대해 결의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사는 특히 연설말미에서 『안보리가 부당한 결의안을 채택하여 우리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응하는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한 다음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도전적인 언어를 구사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미국의 올브라이트 대사는 『북한의 주장이야말로 냉전적인 변설』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은 IAEA 요청에 따라 회원국가로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같은 해명에 박 대사는 다시 발언권을 요청해 10여분간 앞서 연설과 비슷한 의견을 되풀이 말했다.
한국의 유 대사는 『NPT 체제가 그 첫 시험대인 한반도에서 실패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큰 희망이 없다』면서 『북한의 핵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NPT 탈퇴사태는 동북아일대에서 값비싸고 위험한 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중국은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함으로써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의 리 자오싱 대사는 표결에 앞서 발언권을 얻어 「중국은 이 결의안에 기권하겠다」고 선언했다.
리 대사는 기권의 이유로 『중국은 남쪽에서건 북쪽에서건 또는 제3국에서 들어왔건간에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이 관계된 핵문제는 IAEA와 북한간,북한과 미국간,남북한간의 쌍무문제로서 이들간의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표결전과 표결후 지브티 모로코 카보베르데 등 3개국을 제외한 12개 국가 대표들이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발언했다.
특히 올브라이트 미국 대사는 결의안 채택후 발언을 통해 『미국은 국제사회의 노력의 일환으로서 북한의 조치로 야기된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북한과 접촉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 미·북한 대화를 확인했으나 『북한이 자유로이 선택한 책임(NPT 가입)을 완수하는 것만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일이며,여기에는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공약이 포함된다』고 못박았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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