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의 새 내각이 제구실을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러 각료들의 실언과 실태,방만한 태도,그리고 책임회피의 자세 등은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40여년간 쌓여온 부정과 비리,구태 등을 파헤치고 뜯어고치는 중대한 임무를 지닌 첫 문민내각이 이래가지고도 과연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각은 더이상의 실언·실태없이 개혁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깊이 반성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새 각료들의 실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무총리가 신중한 검토도 없이 『12·12는 위법이 아니었다』라고 거듭 단언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등 갈팡질팡하여 정부를 스스로 난처한 입장에 빠뜨린 것이 그 하나다. 교육부장관은 대학 부정입학자 명단을 일부만 공개했다가 국민의 반발과 함께 김영삼대통령의 진노를 샀고 보사부장관은 국회 상임위에서 소관업무에 대한 무지를 노출했는가하면 농수산부장관은 관할 민간단체인 축협의 회장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음에도 행여 불똥이 튈까 단 한마디 대국민해명을 않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구포사고후 전국 교통시설의 안전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가 하급기관인 철도청에서 이의를 제기한 교통부의 경우도 보기좋은 모습이 결코 아니다.
특히 기자들에게 폭언을 하고도 안했다고 잡아떼는 과기처장관도 상식 밖이지만 자료부실을 지적한 기자들에게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며 자료를 내던지고 눈물을 뿌렸다는 환경처장관의 경우 청사에서 기도모임을 갖거나 선교재단에 관한 해명회견을 부하에게 맡긴채 TV출연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의원들의 질책에 눈물을 흘리며 고함을 친 일 등은 공인으로서의 기본자세와 감정을 자제할 줄 모르는 망발임이 틀림없다. 어이가 없는 것은 차관급인 병무청장의 경우 비리연루설이 끊임없는데도 납득할만한 해명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이다.
물론 문제의 각료들이 정치와 행정에 경험이 없고 또 취임한지 일천한 점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다. 문제는 국정수행에 대한 열성과 책임있는 각료로서의 기본자세가 결여돼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가. 대통령이 모든 편안함을 외면한채 스스로 고통을 감수하며 앞장서 비리척결과 개혁을 밀고 나가는 이때 몇몇 각료들이 직무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한채 실책과 실언을 연발하거나 자신의 보신과 인기관리에만 더 신경을 쓰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이 보좌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각료들의 실수·실언을 수습하는데 더 골몰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바뀐 일이다.
황인성 내각에 대해 책임있는 공복,개혁의 실질적 추진자로서의 반성과 심기일전의 각오가 있기를 거듭 충고한다. 만일 지금과 같은 비상한 개혁기를 계속 안일하게 보낼 수 밖에 없다면,그런 각료는 내각에서 자퇴하는게 도리다. 국민들은 황 내각의 분발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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