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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실시 적기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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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실시 적기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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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융실명제 실시를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있겠는가. 요즈음 자주 듣는 얘기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 등 「성역없는 사정」 운동은 국가정풍운동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새정부 출범한지 70,80여일 사이에 국가의 지평이 크게 바뀌어졌다.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속어가 다시 유행될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감사원,검찰 등 사정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휘두르는 사정의 메스는 기득권층의 관련자들에게는 하루하루를 『긴날』처럼 느껴지게 했을 것이다. 재산공개 또는 사정기관의 감사,수사 등으로 정부의 장·차관,청와대의 수석보좌관,여·야 국회의원,검찰,군,국세청,금융기관,대학 등이 정화의 시험대를 거쳤다. 상당수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불투명한 부동산 취득,군장성들의 진급비리,은행장 1명의 구속·기소와 3명의 돌연한 사임,대학 편·입학 비리,국세청에 대한 외부·자체감사 등 신문·텔레비전 방송들의 머리기사들은 태반이 사정기사로 채워져 왔다. 지칠줄 모르는 정부의 사정운동에 대해 기득권층으로부터의 저항이 없지 않았으나 김 대통령의 『중단없는 사정』 선언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정화운동은 이제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다.그는 옛날로 되돌아 갈 수 없다. 국민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 그의 정화운동이 과거 신정권의 정풍운동처럼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단순히 집권책략으로 끝나버린다면 김영삼정권의 역사적 위상은 초라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뭣보다도 국민과 국가로서는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김 대통령은 『사정과 경제발전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며 『앞으로 5년동안 사정활동이 계속될 것이다』고 했다. 국민들은 그의 국가정화 의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정의 우선순위는 확정된 것이다. 사정과 경제회복이다. 정·관·재계의 상당수가 여전히 믿고 있는 바와 같이 사정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사정을 약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사정의 폭과 속도에 대한 조율이 있을지는 몰라도 상당히 강도있게 지속될 것은 확실하다. 이와관련하여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금융실명제의 실시다. 김영삼대통령은 『금융실명제는 실시한다』고 선거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이경식부총리,홍재형재무,박재윤 경제수석 등도 『임기중』 『단계적 실시』 등만을 되풀이 한다. 한편 시중 특히 증권가에서는 『금융실명제 기습실시』설이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 주가를 희롱하곤 한다. 정부가 금융실명제 실시를 주저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해서다. 한국개발원(KDI)의 추정에 따르면 가명자금이 4조 내지 20조라는 것이다. 이 자금들이 해외도피,토지·건물 등의 부동산투기,잠적,현금화 등으로 돈의 흐름에서 이탈할지 모르고 상당수는 차명으로 계속 위장하거나 무기명 채권매입에 몰려들 것이라는 것이다.

새정부 경제팀은 이러한 역작용들을 우려,현재의 허약한 경제체질을 보강한뒤에 금융실명제 등 경제개혁을 단행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 지금도 아직 궤도수정의 움직임이 없다. 경제팀으로서는 경제불황의 타결이 급선무다. 우선 경기를 회복시켜놓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내심 사정한파가 지나갔으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정화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면 됐지 절대로 부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정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보면 금융실명제 실시를 『경제에의 충격』을 이유로 더 이상 보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충격』은 사정도 주고 있다. 또한 일시적인 충격이다. 경제정의,검은 돈의 추방뿐 아니라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실효를 위해서도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 개혁의 파고가 높은 지금이 최적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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