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여부·군자체조사 촉구/“사안미묘” 여 의원들 소극적/국방위/미북 접촉 정례화 조짐 있다/자주·실리적 외교추진 주문/외무위▷국방위◁
11일 하오의 국회 국방위에서는 전날에 이어 KFP 기종변경 및 인사비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문민정부 출범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군의 정치개입 악몽을 되살리는 야 의원들의 「12·12공세」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상오 최고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12·12공세」를 집중적으로 펴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온 터였다. 황인성총리의 실언이 뒤처리 과정의 미숙으로 상임위까지 번져 온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불행한 사건」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는 입장표명으로 만족할 수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군을 책임진 국방장관에 「12·12」에 대한 군의 입장을 추궁해보려는 당연한 욕구를 가질 법도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12·12공세」는 불법성 여부와 군자체의 조사용의였다. 12·12가 불법이라면 국가변란죄에 해당되고 공소시효가 15년인 만큼 법적인 조사촉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논리였다.
전날 야 의원으로부터 인신공격성 질문을 받고 사퇴공세까지 받았던 권영해 국방장관은 또 한번 곤혹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고 문제의 미묘함 때문에 여 의원들도 적극적인 원조의 손길을 뻗칠 수 없었다.
첫 질문에 나선 권노갑의원(민주)은 『권 장관은 30년간의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후 처음 국방장관을 맡아 명예와 영광이 특별할 것』이라고 운을 뗀후 『12·12사태가 합법인지,불법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나선 임복진의원(민주)은 우회공격을 시도했다. 『군비리의 근본원인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이루지 못한 때문』이라며 『12·12 당시 하극상의 주역으로 군의 생명인 기강을 무너뜨린 기무사 특전사 수방사 등 3개 「정치부대」의 변화된 모습만이 군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은근히 12·12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전날 미루었던 장관답변을 먼저 듣자는 신상우위원장의 회의진행을 제지,정회까지 하면서 발언권을 얻은 나병선의원(민주)은 『12·12에 대한 성격규정 여부가 현정권의 성격규정까지 이어진다』고 공격의 범위를 더욱 넓혔다. 『12·12는 군의 사조직인 하나회와 보안사 요원이 주동이 돼 지휘체계를 무너뜨리고 수도 서울을 무력강점한 군사행동』이라며 『문민정부는 현 정부가 이를 성격규정하지 않고 5·6공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의 질의에 대한 권 장관의 답변후 다시 시작된 보충질의에서도 야 의원들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강창성의원(민주)은 『12·12는 명백한 반란으로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특히 반란수괴라 할 전두환 노태우 차규헌 황영시 유학성씨 등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추궁했다.
보좌진들이 만든 답변자료를 직접 고쳐 답변에 나선 권 장관은 『12·12사태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는 안될 불행한 사건으로 그 평가는 역사적 차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장관으로서는 이같은 일이 다시는 우리나라에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또 김동진 육군 참모총장은 『지금 9사단장이 탱크를 몰고나와 총장을 체포하고 정권을 무너뜨린다면 반란이냐,합법적 군사행동이냐』라는 강 의원의 질의를 『지금과 같은 시대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가정』이라고 답변했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외무위◁
여야 구별이 쉽지 않은 상임위원 회의. 11일 국회 외무통일위 회의는 여야 의원들이 한승주 외무장관을 출석시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문제 등 외교현안을 놓고 세미나를 방불케하는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의원들은 특히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미·북한 접촉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이에 대한 외무부의 대응책을 따졌다.
의원들은 또 미국의 대한 방위비분담 증액요구와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 새정부 출범후 한미관계 전망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자주적이고 실리적인 외교를 주문했다.
먼저 박정수의원(민자)이 업무현황 보고를 갓 마친 한 장관에게 미·북한 접촉 움직임과 관련,정부의 대응책을 일문일답식으로 추궁했다.
박 의원은 우선 『종전에 미·북한 직접대화에 대한 우리 입장은 남북한의 현저한 관계개선 없이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제,『북한의 NPT 탈퇴이후 우리가 미·북한 접촉에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기에 완화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이에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유엔안보리의 결의안 통과에 관련국가들이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북한간의 접촉은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 『유엔에서 경제제재 조치를 가할 때 만일 북한이 무력도발 등의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느냐』고 추궁했다.
한 장관은 『경제제재조치 이외의 구상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한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확대하고 통일지향의 확고한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이부영의원(민주)은 『북한의 NPT 탈퇴로 한미관계가 대단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미국은 최근 방위비분담 증액요구와 함께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미외교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의원은 또 용산 미군기지 이전 보류 움직임과 주한 미 대사가 3개월여간 부임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또 박찬종의원(신정)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통해 체제유지를 확고히 하고 경제재건을 하려하고 있다』며 『미·북한 직접접촉도 이런 측면에서 정례화될 조짐이 있다』며 외무부의 장기적 대응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또 미·북한 접촉움직임과 관련,『한미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우정의원(민주)은 미국의 대한 방위비분담 증액요구,주한미군 폭력사건의 재판관할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자주적인 외교를 촉구했다.
한 장관은 답변에서 『경제재재 수준은 향후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유동적이므로 현 단계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현재 입장을 고수할 때는 안보리의 제재논의를 중국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미·북한간 고위접촉이 수교협상이 되거나 장기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미·북한 관계에서 우리측이 배제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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