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 사건수사가 정씨 구속후에도 큰 진전이 없고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이같은 걱정은 수사의 진도와는 관계없이 그동안 드러난 일당의 방자한 행동이나 비호세력들의 한심한 작태가 국민간에 우리 사회의 법치능력에 대한 강한 의문과 분노를 더 한층 촉발시켜 왔기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국민적 법감정이나 기대에 수사가 못따를 경우 국민적 실망도 실망이려니와 자칫 또 다른 불신감마저 증폭시킬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모처럼 고조된 우리 사회의 비리척결 및 개혁의 기운과 국민적 동참의식을 저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일들에서는 몇가지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내사단계에서 이미 수사정보가 새 나간 탓인지 90년이후 비호세력 로비의 키를 쥔 정씨 동생 덕일씨를 비롯,슬롯머신업계 큰손들이나 비호폭력조직 두목급들이 어느새 잠적했고 해외로 빠져나갔다. 또 구속된 정씨마저 뉘우침은 커녕 『수사비 있느냐』 『경찰서 보안과장 정도 몇잡아 넣을 바에야 국민들이 코미디로 생각할 것』이라는 등 방약무인한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는게 아닌가.
이런 와중에서 모처럼 칼을 뺀 검찰이 처음엔 압력배제 및 소신수사를 위해 여론을 등에 업은 공개수사를 진행하다 갑자기 비공개로 돌아서는가 하면 다시 공개로 복귀하는 등의 과정을 거듭한 것도 결코 예사롭지만은 않다. 높아진 국민적 기대감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면서 수사를 앞지르는 것이 검찰의 실제수사를 곤혹스럽게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경찰·군 상층부에까지 두루 포진한 것으로 심증이 가는 막강한 비호세력들이 조직적으로 협박·음해·혼선의 집요한 역공작을 기도하고 있음이 검찰 스스로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은 뭣보다도 충격적이다.
그러고보니 검찰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이해는 간다. 온 사방에서 압력은 가중되고,중요 관련자는 잠적했으며,뇌물 물증확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어서 여러모로 초조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용기백배,더욱 투지를 다지고 치밀함을 잃지 않는 새시대 검찰의 자세를 국민은 진정으로 바란다. 과연 지금껏 드러나고 있는 행적만으로도 상대는 덩치가 크고 만만찮으며,비호세력들의 음해공작 또한 그처럼 집요한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그같은 어려움속에서 오히려 보람을 찾을 때이다. 이번 사건수사야말로 우리 사회를 무법천지에서 법치로 되돌릴 더할 나위 없는 계기인 것이다. 더구나 비호세력중엔 검찰인사도 끼어있다는 것이고 보면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끝까지 사건을 밀어붙이는 일만 남아있다 하겠다.
이번 사건척결은 검찰의 일만도 아닌 단계로 이미 접어들었다. 대통령 스스로 성역없는 철저수사와 비호·수사방해 세력 엄단을 지시하며 「반국민적 범죄」로 규정하고 나선바 있다. 상당수 국민들도 이미 일당 및 비호세력의 불법·탈법행각에 대한 각종 제보와 감시에 나서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그래서 슬롯머신 비리로 노출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정을 「총력적 수사」로 제압할 일만 남았다는 자신감과 신념을 더욱 굳혀 나가야 한다.
당국은 이번 수사진행과 함께 백해무익한 슬롯머신 도박을 없애버리는 법적·제도적 조치도 강구할 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