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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정 제대로 된 것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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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정 제대로 된 것인가(사설)

입력
199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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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조나 생리에 비추어 군의 사조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군은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외침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전투집단이기에 역사적 소명의식에 남달리 투철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점에 군구성원의 긍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계통에 따른 명령을 행동근거로 삼는 군인이 본래의 체계와는 다른 별도의 사조직에 예속한다는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육군당국은 10일 하나회 관련 괴문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군내 최대 사조직인 하나회의 실체를 공식 시인했다. 비록 뒤늦긴 했어도 군다운 체제를 되찾는 첫걸음으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싶다.

육본 발표로는 문제의 명단에 들어있는 장교 1백42명중 전역자를 제외한 1백32명에 대한 조사결과 육사 20∼26기 장성급 43명과 27∼36기 영관급 장교 등 1백5명이 기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하나회와 관련이 있음을 시인했다고 한다. 이들은 80년이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사실상 현재까지 사조직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군이라해도 여러 종류의 만남과 사귐을 통한 사사로운 전우애 관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하나회처럼 5공 6공에 걸쳐 수방사,기무사,청와대 인접부대 등 주요보직을 회원들간에 순환 또는 인수 인계해옴으로써 조직사회의 기강을 깨는 결사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군의 일체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만한게 더 있겠는가.

우수한 자질을 가진 군인들이라면,그럴수록 그들의 엘리트의식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옳다. 그런데도 그들만이 핵심보직을 드러내놓고 독과점 해왔다는 것이니,하나회 아닌 군구성원의 정서는 얼마나 상처입고 훼손됐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군당국은 이들 하나회원들에 대해 91년 4월 이전의 결성행위는 공소시효,징계시효가 지났고 그 이후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어 처벌은 불가능하나 군내 정서를 고려,보직이동 등 인사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들 사조직의 핵심보직 독과점이 다른 구성원들의 기회를 제한해왔고 예외를 빈발하게 한데 있었기 때문에,앞으로의 합리적이고 타당성있는 인사관리로 군의 결속을 다져야 하는 과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사비리로 구속됐다가 슬그머니 풀려나온 해·공군 장성 및 장교 등 12명도 상벌관리상의 형평성문제를 제기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가혹한 징벌이 만능은 아니다. 또한 인재의 대량소모도 바람직스러운 일은 못된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 퇴역에 대해서는 구속하고 현역에 대해서는 징계위 회부,전역으로 끝낸다면 법치의 저울은 균형을 잃고 말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만 관대하고 다른 한쪽엔 가혹한 지금의 처리방법은 재검토돼야 한다. 개혁의 국민적 공감대가 이로써 금가고 있으며 정부의 사정의지가 의심받고 있음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할줄 안다. 국민은 군사정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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