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금융기관 경계 허문다/정부간섭 없애고 자율화 보장/보험사,자회사 설립통해 타금융권 진출 가능/신용금고는 단위은행화… 예금보험제 도입도금융전문 학자와 금융계·언론계 인사 등으로 구성돼 금융산업의 미래발전 방향을 모색해온 금융산업 발전심의회 산하 금융제도 개편연구 소위원회가 10일 마무리해서 발표한 「금융제도 개편연구 2차 보고서」는 3가지의 굵직한 원칙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순수 금융재벌 육성
첫째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기관들의 업무경계를 상호 개방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종전보다도 더욱 대형화된다. 둘째로는 재벌의 금융지배를 철저히 차단하고 전문적인 순수 금융재벌을 본격 육성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인·허가를 통한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모두 없애고 자율적인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금융이 가동되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이 3가지 원칙은 지난 4월 9일 금융제도 개편연구 소위원회가 1차 보고서에서 밝혔던 정책금융의 축소,여신관리제도의 폐지 등의 원칙과 더불어 짧게는 오는 97년까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며 길게는 오는 2005년까지의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소위원회의 보고서는 현재의 국내 금융산업이 더이상 실물경제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낙후성을 기본문제 의식으로 깔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발전 과정에서는 정부간섭 중심의 금융산업이 스스로 왜곡,희생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나 이제부터는 종전의 방식으로는 부담이 됐으면 됐지 성장에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는 현실판단이다.
○금융자산 축적률 낙후
국내의 총금융자산은 지난 90년 7백72조원에 불과하던 것이 오는 95년엔 2천10조원으로 증가하고 2005년에는 무려 2경1천5백98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자산이 이처럼 늘어나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여전히 금융산업은 뒤처져 있다.
국민총생산(GNP)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금융연관 비율을 지난 91년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4.22인데 비해 대만이 5.27,일본이 6.89,미국이 5.22 등으로 외국이 상대적으로 높다. 91년을 기준으로 한 개인의 금융자산축적률(GNP 대비)도 대만 2.31,일본 2.19,미국 2.5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16에 불과한 실정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금융산업이 시급히 탈바꿈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업무경계를 상호개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를 국내에 도입하는 셈이다. 개방의 물결이 거센 외국금융과 경쟁하려면 금융산업도 더이상 골목대장식의 안방은행에 안주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같은 나라들은 업무영역을 상호 개방하면서 금융기관이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업무를 모두 하는 「완전겸업주의(유니버설 뱅킹)」를 택했다. 반면에 일본은 업종별로 자회사를 설립,업무경계를 서로 뚫고 들어가는 「업종별 자회사방식」을 택했다.
연구소위원회는 국내의 경우 부분적 겸업주의와 자회사 방식 등을 혼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종합은행으로 발전
이 경우 은행은 합병과 증자 등을 통해 대형화돼 종합은행으로 발전한다. 합병을 위해서는 조세감면의 혜택이 더욱 많이 주어지며 증자는 능력에 따라 할 수 있도록 자율화된다.
은행은 종전의 예금·대출업무외에 각종 투자업무를 할 수 있고 나중에 가서는 증권위탁매매업무까지도 하게 된다. 현재의 모습과는 판이한 맘모스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증권사와 단자·종금사는 투자은행으로 발전한다. 투자은행은 상업은행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종합은행의 업무중에서 상업은행 본래의 예금·대출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은행이다.
반면에 보험회사는 직접 다른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없고 자회사를 설립해 다른 금융부문에 진출할 수 있다. 상호신용금고의 위상도 강화돼 지역사회의 서민금융으로서 「단위은행」으로 자리잡는다. 단위은행은 지점은 없이 본점만으로 운영되는 은행을 말한다.
이밖에 리스 카드회사 팩터링 선물중개회사 벤처회사 투신 등은 다른 금융업무는 취급하지 않는 단종금융기관으로 전문화된다. 이처럼 업무영역이 개방되면서 서로 경쟁이 치열해져 도산하는 금융기관들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비해 도산한 금융기관에 예금한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예금보험이 새로 도입된다.
○제2금융마찰 예상
재벌의 금융기관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선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단자 증권 등 제2금융권 금융기관에도 대주주의 소유상한이 설정된다. 지금까지는 시중은행의 경우 8%,지방은행의 경우 15% 이상은 동일인이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돼왔다. 앞으로는 제2금융권 금융기관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소유상한을 설정,대주주에 의해 금융기관이 지배되는 걸 막는다.
제2금융권에 대한 소유제한은 이들 금융기관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크게 대형화되므로 종전처럼 소유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제2금융권은 이미 대주주가 확립돼있는 만큼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반면에 신한은행이나 장기신용은행처럼 재벌지배에서 벗어나는 금융기관은 전문적인 금융재벌(금융전문기업군)로 육성,대형화를 적극 유도한다.
○인허가 거의 철폐
아울러 금융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정부의 각종 인·허가가 거의 철폐된다. 은행 등 신규 금융기관의 새로운 설립만이 규제될 뿐 기존 금융기관의 전환,지점의 설치와 배당률 규제,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제한 등이 모두 없어진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15일까지 정부안을 만들게 되는 재무부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의 개혁의지를 담기 위해 고심중이다. 재무부의 방안을 보면 이 보고서의 내용이 앞으로 어느정도 정책으로 실현될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