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5년내 지도세력 교체/유라시아·동북아 정세불안 예상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21세기 정책연구원(원장 서상목) 주최의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브레진스키 박사는 강연에서 향후 10년간 유라시아와 동북아지역 정세에 커다란 불안이 예상된다고 지적하면서 만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막지 못하면 세계평화는 큰 위협에 처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브레진스키 박사의 강연내용(요약)이다.
냉전시대의 세계는 3개의 지정학적 전선에 걸쳐 양대 진영이 대립을 보여왔다. 첫째는 유럽지역의 서독과 독일의 경계선을 가르는 전선이고,둘째는 남북한의 대치,2개 중국의 대립,캄보디아 반도의 내전 등으로 특정지워지는 극동지역의 전선이며,셋째는 신강에서 소련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형성된 것으로 중근동,아프가니스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냉전시대에 있어서 이들 지정학적 전선의 대립구조는 단순했고 이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전략목표는 명쾌하고 확고했다. 각 지역에서 소련과 공산권세력의 침투를 저지하고 자유진영을 수호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와 냉전체제의 종식이후 이들 지역의 세력관계는 변화를 겪게 됐으며,갈등과 혼란이 증폭되는 불안정한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3개의 지정학적 전선에서의 불확실성 요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불확실성은 유럽통합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유럽은 지금 단순한 경제의 영역을 넘어 정치·군사적 통합을 향하고 있지만,정치·경제·군사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유럽이 향후 세계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그리고 미국은 유럽의 통합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또 독일의 리더십을 얼마나 인정해 줄 것인가하는 문제는 향후 유럽의 안정여부에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다른 전선인 극동지역에 있어서도 과거와 같은 명백한 대립구도와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의 공백이 생김에 따라 역내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상호 연계가 증폭되면서 세계 여타지역보다 불연속성의 확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극동전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다. 최근들어 중국은 경제적으로 놀랄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측면에서의 진로는 몹시 불투명하다. 향후 5년이내 중국의 지도세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 중국이 지향하고 있는 근대화 전략이 크게 달라지리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때 급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온건한 친서방 지도자가 집권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극동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사라진 이래 중국은 이 지역에서의 세력확정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해 자주 언급을 하고 있다. 또 중국의 군사전략은 소극적 방위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김일성 사후 북한의 정치적 안정여부이고,다른 하나는 북의 핵문제이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의 경우처럼 급속도로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독과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은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이며 외부의 영향력에 대해 차단되어 있는 고립사회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이 지역의 안정뿐만 아니라 세계적 안정을 위해서도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보유는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북한의 외교목표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성사되리라 본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는 것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개선된 관계라는 대가의 전제조건 아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다시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군사적·침략 목적으로 사용한다면,미국이 단호히 대처할 것이므로 군사적·침략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번째 전선인 신장성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지역은 향후 10년간 극도의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이들 지역에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비록 자유진영은 냉전에서 승리했지만 냉전의 주무대였던 세 지정학적 전선에서 혼란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과 혼란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세계는 새로운 세기의 전야를 맞아 「통제를 벗어난」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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