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에 가끔 산보하러 가면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평일에는 노인과 여자들이 대부분이지만,주말에는 가족나들이도 많은데,부근에 늘 관광버스가 여러대 정차해있는 걸 보면 이 길이 관광명소로 틀이 잡혀가는 것 같다.사람들은 사진도 찍고,신록이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궁금한듯 청와를 바라보기도 한다. 「김영삼」(또는 김영새미)은 이곳에서 자주 불리는 애칭이다. 『김영새미는 사는 집은 저기 새로 지은 청기와집인가』라고 한 할머니가 청와대 본관을 손짓한다. 『김영삼이가 저집에 처음 들어가던 날 아버지 손을 잡고 집구경 시켜주는게 TV에 나왔는데 보기 좋더구만. 그 아버지가 얼마나 기뻣겠나』라는 할아버지들의 대화도 들린다. 오래 죽어있던 청와대 앞동네는 「꽃동네 새동네」로 살아나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한후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이 개방되고,국회 정문을 막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철거되었을 때 국민들은 마음의 빗장이 열리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것은 문민시대를 강조하는 백가지 선언보다 효과가 컸다. 국회도 「꽃동네 새동네」로 다시 살아났다. 지난 75년 준공된 국회의사당은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날치기 통과나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었으나,문을 활짝 열고 시위군중 아닌 의사당의 주인을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불과 두달만에 국회의사당이 다시 통제되고 있다. 국회는 토요일 오후와 공휴일이외에는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고,국회 회기중이라는 이유로 윤중로도 폐쇄했다. 하루 5백여명씩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소란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이 통제이유다. 관광객들은 10만여평에 이르는 국회 경내에 음식을 펴놓고 먹으면서 음주가무,방뇨 등으로 소란을 피우고 윤중로에 무단주차를 하여 교통이 마비되곤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데나 음식을 싸들고 가서 펴놓고 먹는 것은 나쁜 습관중의 하나이다. 외국의 국제공항 로비에 둘러앉아 버너를 꺼내놓고 라면을 삶아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그러나 이런 방문객들을 견디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국회 개방을 두달만에 후퇴시킨 것은 성급했다. 국회 방문에서 지켜야할 규칙을 만들어 홍보하고,식당 화장실 매점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질서있는 의사당 견학을 유도했어야 한다. 국민을 향해 바리케이드를 쳐야했던 아픈 과거를 가진 국회가 개방 두달만에 「부분통제」로 돌아섰다는 것은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은 청와대도 겪고 있다. 차량과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주말에는 소음·매연이 광화문보다 심할 뿐 아니라 기준허용치를 넘는다고 환경처는 밝히고 있다. 막혔던 세월이 길었던 만큼 개방의 홍역도 심하다. 그러나 홍역이 심하다고 다시 문을 닫아야 할까. 김영삼대통령은 청와대 앞길을 주말에 통제하자는 건의를 물리쳤다는데,국회도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
국회나 청와대는 늘 국민을 향해 열려있어야 하지만,그곳은 유원지가 아니다. 국회도 인내가 부족했으나,국회에서 소란을 떨었던 사람들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회견학을 더 늘리되 질서를 세워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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