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더는다” “일본만 살려하나”/국내외 여론사이 묘수찾기 고심캄보디아에서 일본인 민정경찰관이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 철수여론이 높아지자 일본정부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우여곡절끝에 통과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에 따라 파견된 요원들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국내여론과 캄보디아 총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유엔 캄보디아 잠정통치기구(UNTAC)의 계속 활동을 위해서도 철수해서는 안된다는 국제여론의 틈바구니속에서 일본은 묘수찾기에 고심중인 것이다.
지난 4일 발생한 일본 경찰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일본 국내에서는 곧바로 PKO 참가 5개 조건의 준수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논란의 초점은 5원칙중 제1항인 분쟁당사자인 정전합의 성립의 유효여부. 피살사건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폴포트파가 전국 각지에서 무력으로 총선 방해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파리 평화협정의 정전합의는 이미 무효화됐다는 여론이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대변인인 고노(하야양평) 관방장관은 5일 『캄보디아는 전면전 상황이 아니고 폴포트파가 협정파기를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다』라며 정전합의 파기주장을 일축한뒤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희생자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며 철수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외무성 일각에서는 고노 장관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총병력수가 1만명밖에 안되는 폴포트파가 모두 나서도 전면전 상황은 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여기에다 평소 인기성 발언을 잘하는 고이즈미(소천순일랑) 우정상이 7일 각료회의 석상에서 『정전합의는 사실상 깨졌으며 피를 흘리면서까지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며 철수론에 가세했다. 방위성 대변인도 자위대 철수방침을 시사,정부안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다.
이같은 철수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는 7일 UNTAC에 요원을 재배치 해달라며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UNTAC는 『일본만 특별취급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무라타(촌전경차랑) 자치상이 8일 아카시(명석강) UNTAC 대표를 직접 만나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러나 무라타 자치상은 현지주둔 민정경찰이 자위대의 철수를 요구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정부의 진짜 고민은 현 상황에서는 철수를 서두를 수 없다는데 있다. 국제여론이 그만큼 냉담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PKO 활동이 시작된 이래 7백여명이 사망했는데 이제 2명이 죽은 일본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비난이다.
일본정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캄보디아 파견을 강행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PKO 법안 심의때 사회당 등 야당이 가장 문제삼은 것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그럴 경우엔 철수시키겠다』고 얼버무리며 강행통과시켰던 것인데 이제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일본정부의 또 하나의 고민은 오는 23일 총선이 무사히 끝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폴로트파를 제외한 총선거 실시로 결과에 따라선 더 큰 무력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더라도 캄보디아의 평화정착을 위해선 상당기간 자위대를 주둔시켜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여론에만 신경을 쓸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캄보디아에서 일본인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경우 일본정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동경=안순권특파원>동경=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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