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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계좌 추적 어떻게 하는가

입력
1993.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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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전산망 가동 날짜별 입출금 현황 뽑아/수표 발행은행 필름보관… 돈흐름 쫓기 가능떠들썩한 「빠찡꼬 대부」 정덕진씨(53·구속) 스캔들의 전모가 가명계좌 추적수사를 통해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계좌 추적수사는 정씨 관련 가명계좌가 2백70여개에 이르고 거래금액도 천문학적 숫자인데다 전과정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시일이 걸리지만 비호세력과의 연계고리를 밝혀내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검찰은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수사 관계자도 수사착수 단계서부터 『가명계좌 추적이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해 가명계좌 추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씨가 비호세력들과 주고받은 검은돈이 가명계좌를 통해 세탁된 뒤 은밀하게 전달됐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따라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서울지검 강력부 은진수검사를 팀장으로 국세청 직원 3명,은행감독원 직원 2명 등 모두 6명의 자금추적팀을 가동하고 있다.

검찰은 일번 계좌추적 수사를 통해 정씨가 서방파두목 김태촌씨(45·복역중)에게 2억8천만원을 제공한 사실을 일차로 밝혀냈다.

검찰은 정씨의 실명계좌 3개중 1개에서 89년 2월14일 김씨의 실명계좌로 1천3백만원이,가명계좌 10개에서 같은 날짜에 2억6천7백만원이 이동한 사실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던 것.

가명계좌를 추적하는 작업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추적팀은 우선 은행의 자체 전산망을 풀가동,2백70여개 가명계좌별·날짜별 입출금 현황을 뽑아낸다.

이 가운데 정씨가 빼내간 수표의 거래경로를 밝혀낸다.

정씨의 가명계좌를 통해 빠져나간 수표는 발행은행이 마이크로 필름에 수록보관하고 있어 이 필름을 분석함으로써 수표의 흐름을 찾아낼 수 있다.

은행으로 되돌아온 수표는 이서를 확인,중간소지자를 역추적해 나간다.

역추적 과정에서 수표거래자들의 신원과 거래목적 등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정씨가 보다 교묘한 수법으로 돈세탁을 했거나 수표를 받은 사람들이 가명으로 사용 또는 입금한 대목에서는 추적이 사실상 벽에 부딛치기도 한다.

실제로 정씨는 90년 10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보다 지능적으로 돈세탁을 해와 가명계좌 추적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가 90년 이전 돈거래에는 세탁과정의 허점을 드러내 권·금·폭력 커넥션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표추적 작업에서 정씨와 교분이 두터웠던 폭력계 거물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호청련의장 이승완씨 등과의 거래관계도 이로써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가명계좌 추적수사는 규모가 방대하고 흐름이 복잡해 최소한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이 작업을 통해 검은 돈의 흐름은 낱낱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장담했다.<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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