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붕괴땐 중동협상도 “큰타격”/「교육·내무 동반경질」 수습 유력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노동당 주도로 간신히 지탱돼온 이스라엘의 집권연정이 심하게 기우뚱거리고 있다.
종교 정당인 샤스당의 아리에 데리 내무장관은 진보정당 메레츠당의 슐라미트 알로니 교육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해오다 관철되지 않자 9일 각의에서 사퇴서를 제출함으로써 라빈 총리에 대한 극단적인 공세로 돌아섰다. 데리 내무장관은 48시간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샤스당의 나머지 5명의 의원도 행동을 통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스당의 연정탈퇴는 아직은 유동적이지만 현실화할 경우 라빈 내각은 자동붕괴하게 되며 따라서 라빈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중동평화협상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비교적 온건한 라빈 총리는 「땅과 평화를 맞바꾼다」는 원칙아래 지난해 6월 집권이래 중동평화협상을 주도해오고 있지만 리쿠드당 등 보수강경세력들은 라빈의 정책을 지나친 양보라고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점령지내의 10만명에 달하는 유태인 정착민들은 라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안에 극력 반발,라빈축출을 주장하며 샤스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라빈 총리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총 1백20석의 의석중 샤스당 6석을 포함,62석으로 힘겹게 지탱해온 연정을 포기하고 연정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아랍계 의원 5명과 제휴,과반수 확보를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랍계 의원들을 공공연히 끌어들일 경우 아랍계 의원들은 중동평화협상에서 점령지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고 반대세력들은 라빈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면서 점령지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 실시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해 라빈이 이 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0일로 예정된 유럽의회 방문일정을 취소한 채 사태수습에 진력하고 있는 라빈 총리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유태정당으로의 연정유지를 위해 알로니 교육장관을 데리 내무장관과 동반 경질하고 적당한 선에서 개각을 단행하는 방법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미 알로니 교육장관에게 보건 통상 통신 건설장관직 등으로의 자리바꿈이 제안된 상태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보도이고 이것이 거부될 경우 내무 법무 외교장관직도 제안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문은 라빈의 복안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국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스라엘 건국이래 45년동안 의석 과반수를 넘는 다수당이 나오지 않고 좌우 양파로 이합집산하는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고질적인 정치적 취약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라빈 총리의 현실적 복안도 미봉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표면적으로 알로니 교육장관의 지나친 자유주의와 반종교성,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을 빌미로 촉발된 데리 내무장관의 사퇴위협이 연정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정법상 사퇴의사가 효력을 발생하려면 48시간이 경과해야 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막후협상의 여지가 남아있고 데리 내무장관의 샤스당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기에는 여의치 않은 구석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데리 내무장관 자신이 과거 리쿠드당 집권때 역시 내무장관으로 있으면서 공금유용혐의에 연루돼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샤스당의 야이르 레비 전 의원은 사기혐의로 이미 수감돼 있는 상태에서 여론의 질타를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세 샤할 경찰장관이 『사건의 발단과 결과를 알면서도 중간의 전개과정은 몰라 마음을 졸여야하는 서스팬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이스라엘 정치의 파행성을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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