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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낸 도박… 패가망신 일쑤/가정·사회 좀먹는 빠찡꼬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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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낸 도박… 패가망신 일쑤/가정·사회 좀먹는 빠찡꼬 폐해

입력
199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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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땐 손자르고도 다시 시작/교수·의사등 「단도박회」 결성도정덕진씨(53) 형제 등 빠찡꼬업자들이 정·관·폭력계와 유착해 폭리를 취하는 동안 빠찡꼬에 맛들여 빠진 많은 보통사람들은 경제적·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패가망신의 길로 치달아왔다.

특히 빠찡꼬는 정부에서 지정한 합법적 「도박장」인데다 여느 도박과 달리 혼자 기계를 상대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그만큼 중독되기 쉽고 또 한번 탐닉하면 헤어나기가 더욱 힘들다.

도박중독자들이 손을 씻기위해 모인 단체인 「단도박회」(한국일보 92년 10월10일자 조간 23면보도)에도 이들 빠찡꼬 중독자들이 심신이 황폐화된 상태에서 줄을 이어 찾아온다. 하지만 화투·포커 등 여타 도박 중독자들 보다 이들의 치유는 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단도박모임인 GA(Gamblers Anonymous)를 도입해 84년 6월 결성된 「단도박회」에는 그동안 1천여명의 도박 중독자들이 거쳐갔다.

재산과 가정,삶의 희망마저도 잃어버린 빠찡꼬 중독자들이 「단도박회」를 찾지만 밤낮으로 쫓아다니는 빠징꼬기계의 환상을 완전히 벗어던진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모씨(34·회사원·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중독증세 치유에 성공한 보기드문 사람이다.

최씨는 지난 88년부터 3년동안 서울 리버사이드·팔레스·힐탑·삼정호텔 빠찡꼬를 전전하다 1억여원을 날려버려 패가망신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회사에 출근부만 걸어놓고 상오 10시부터 밤 12까지 빠찡꼬와 씨름한 날의 연속이었고 어떻게든 돈을 련해 한판을 벌이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암울한 나날을 보냈었다.

최씨는 『매일같이 부부싸움이 벌어져 이혼서류를 작성해 법원에 간적까지 있었다』며 『생활은 극도로 황폐화 됐고 눈에 보이는 것은 빠찡꼬의 숫자와 수박 멜론 등 그림과 바(BAR) 등 문자 뿐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최씨의 월평균 수입은 90만원 정도.

빠찡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보험회사 빚 뿐아니라 사채까지 끌어들였었다.

신용카드도 5∼6개 마련해 사설 신용카드 업자에게선 이자를 떼주고 불법대출금을 받는가 하면 빚을 갚기 위해 새로 신용카드를 신청,또 다시 대출금을 받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빠찡꼬 중독자들에게는 이같은 신용카드 편법이용이 보편화된 현상이란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지난해초 아내의 강권에 못이겨 「단도박회」의 문을 두드려 가까스로 빠찡꼬의 악몽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매달 1백여만원씩의 빚을 갚느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단도박회는 서울 왕십리 사당동 봉천동 창동과 대구 광주 등 6개 지구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단도박회에서는 주 4차례 15명내외 단위로 모여 자기고백을 하고 「단도박 12계명」을 기도문처럼 암송한뒤 20여개항의 자기진단법에 따라 도박증세 해소과정을 스스로 확인한다.

회원들중에는 교수 의사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을 포함한 다양한 인사가 끼여있으나 이들은 성으로만 자신을 소개할뿐 서로 경력이나 직업을 알려하지 않는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회원들은 모임 그 자체를 심리적 치료의 전기로 삼고있는 셈이다.

단도박회원들은 모임에서 자신의 도박경험·가정파탄 위기·경제적 손실 등 도박으로 인한 고충과 스트레스를 털어놓으며 서로 위로하고 맺혔던 응어리를 풀기도한다.

또 도박욕구를 참고 모임에 나왔을때의 성취감을 이야기하며 치료효과에 자위한다.

그러나 빠찡꼬는 「손목을 잘라내면 발목으로라도 레버를 당긴다」는 말처럼 중독폐해가 심해 단도박회에서도 쉽사리 치료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중견회사원이었던 김모씨(45)는 10년동안 빠찡꼬에 억대집을 날려버리고 월세방으로 옮겨온뒤 부인앞에서 식칼로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끊고 『다시는 빠찡꼬를 안하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러나 김씨는 상처가 아물자 다시 빠찡꼬를 찾아갔다.

단도박회에도 가입했었던 김씨는 『영원히 빠찡꼬를 떠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어느샌가 단도박회서 사라졌다.

빠찡꼬 중독자들은 자신의 의식보다도 도박을 조장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의식구조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엉뚱하게 지적한다.

이모씨(36·회사원·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빠찡꼬장에서 공직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업주로부터 공개적으로 용돈을 받아가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며 자신을 중독자로 빠져들게 한 잘못된 사회현상을 되레 탓했다.

빠찡꼬 중독자들에게는 빠찡꼬 기계와의 게임이 단순도박이 아닌 생존투쟁의 양상으로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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