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가 오는 6월 확정하기로 한 「신경제 5개년 계획」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키기 위해 금융개혁에서 세제개혁에 이르는 8대 주요과제에 대한 정책건의안을 정부측에 제시키로 했다고 한다.재계는 전경련이 주축이 돼 이달말까지는 정부측에 이 건의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재계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부의 장기 경제개발 계획입안에 공공연하게 적극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담은 정책구상을 개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재계는 이제 경제규모면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만큼 팽창했을뿐 아니라 경제구조면에서도 상당히 고도화돼있다. 실물경제에서는 정부보다 정통해있고 각종 경제정보의 수집에서도 정부보다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로 통칭되는 재벌그룹 특히 정부의 여신관리대상이 되고 있는 30대 재벌그룹은 한국경제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이끌어갈 한국경제의 기관차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한국의 경제발전은 정부와 기업의 2인 3각 형식으로 추진돼왔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을 특히 경제운영의 틀을 바꿔놓은 새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 같은 중요정책에 재계가 그들의 정책안을 내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유익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재계의 정책 건의안 제출결정의 배경과 그 의도가 새정부의 재벌정책기조에 대한 의혹과 이의 저지책처럼 보이고 있는 것은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은듯하다. 재계가 정부의 신경제 정책에서 노골적으로 불만과 반대의사를 드러내보이고 있는 시책은 경제력 집중완화와 금융자본,상업자본의 분리정책이다.
정부는 경제력 집중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그룹계열 기업간의 상호 출자 및 보증한도를 제한했으며 업종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계열사간 상호지급 보증한도는 96년 3월까지 2백%로 줄이게 돼있다. 상호출자 제한도 현재 순자산의 40%로 돼있는 것을 30%선으로 줄일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신관리 제도에서는 관리제외 대상이 주력업체로 돼있는 것을 주력업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현재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는 금융산업 개편계획에서 제1금융권(은행)은 재벌그룹(상업자본)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재벌정책은 국민정서에 부합되고 있고 또한 정책논리로도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재벌그룹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6공이후 일관돼온 입장이다. 재계는 고식적인 반대입장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국민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신선한 대안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재계는 경제정책에 대해서 국민경제의 차원에서도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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