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맞아 대대적인 해외투자 임박/부품·기계산업 육성 “절호의 기회”/“적극적 엔고 활용정책으로 실리찾자”「엔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우리 수출에 모처럼만에 아주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는 엔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용공단의 조성이라든가 체계적인 대일수출전략 등 보다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8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제4차 엔고현상을 대일역조 개선과 기술애로 타개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과 함께 정부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내 「일본전용공단」을 국내에 설치,일본업체들을 과감히 유치해들이는 방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이같은 주장은 이번 엔고로 일본 본토내에 생산공장을 갖고있는 부품 및 기계류 업종의 일본 중소업체들이 대대적인 해외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과 관련,해외 탈출 일본기업들을 우리나라에 유치해서 대일무역 역조개선과 기술도입의 전기로 활용해야한다는 착상에서 나온것.
우리경제는 현재 부품·소재·기계류 산업에서 구조적인 대일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관련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본의 부품 기계업체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할 경우 관련 기술흡수 뿐 아니라 대폭적인 수입대체가 가능해진다. 다시말해 우리 경제의 고질로 굳어져 온 대일적자 해소는 물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자본재 생산기술의 국산화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리라는 것이다.
이같은 발상은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줄곧 평행선을 달려 온 양국관계에 비춰 다소 엉뚱하게 들릴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양국 관계는 대일청구권 요구,침략사실 사죄,정신대보상 등 정치 사회적현안 타결이 위주였지 냉정히 실리를 따지는 경제협력 논의는 별로 없었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양국간 무역구조,1∼3차 엔고때 일본 산업의 해외투자 패턴과 국내 진출실적,부품·기계업종의 산업 특성,세계적 기술이전 기피추세와 우리 경제의 기술 애로 등을 하나하나 따져 보면 「일본 전용공단론」은 결코 간단히 흘려들을 내용이 아니다.
이번 엔고는 ▲1차 석유파동 전후 69∼73년의 1차 엔고 ▲2차 석유파동기인 78∼84년 2차엔고 ▲선진국들의 플라자합의후 86∼90년 3차 엔고에 이어 네번째 닥친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1백%이상 엔화가 대폭 절상된 3차 엔고기간중 일본 자동차의 경쟁력 약화를 틈타 사상 처음 국산승용차를 미 시장에 진출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연말 이후 최근까지 겨우 13%가량 절상된 이번 엔고는 과거 3차때처럼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크게 강화하지 못할 거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 등에 따르면 4차 엔고로 전체 수출의 증가엔 도움이 되나 대일 무역적자폭은 당초 예상보다 8억달러나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기계·전자부품과 시설재 비중이 대일수입의 93%를 차지하므로 엔화 강세가 수입부담만 더 키우는 결과가 된다는 서글픈 얘기다.
지속적인 엔고가 일본내 위치한 업체들에는 해외투자 진출을 강요하는 상황이 될 것은 명확하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분석한 「해외투자 백서」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1차 엔고때 섬유·화학 ▲2차때 철강·비철금속 ▲3차때 전자전기 업종으로 해외투자 진출이 가장 활발했다. 특히 3차 엔고때는 노동집약업종 뿐 아니라 조립가공형 산업이 해외로 빠져 나가면서 아시아권 국가에 전자부품 설비 등이 대규모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JETRO는 향후 일본기업의 해외투자는 ▲연구 개발을 포함한 현지화 투자 ▲중소업체의 본격적인 국제화 진출 ▲고부가가치산업의 아시아권 분업구조 심화 등이 주된 흐름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해외투자 패턴은 일본업체의 국내 투자진출 실적과도 거의 일치한다. 재무부에 따르면 1차엔고기간인 69∼73년중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기업은 섬유·화학업종이 가장 많고 3차(86∼90)때는 전기전자와 기계가 많았다.
하지만 89년을 고비로 일본의 투자진출은 전 업종에 걸쳐 현저히 감소되기 시작한다. 임금상승 등 투자여건이 급속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최근 몇년새 「기술」이라는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고비에 걸려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신진국들은 고급 첨단기술의 이전을 기피하고 국내 자체 기술개발은 엄청난 연구개발비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이 겹쳐 지지부진이다.
특히 산업설비 국한화와 관건이 되는 기계 부품산업은 기술애로를 가장 절실히 느끼는 업종.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필수산업이다.
사실 기계 부품산업은 어느 정도 숙련된 현지 기능공과 기술자가 뒷받침돼야 외국기업의 진출이 가능하다. 적어도 중국이나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우리나라의 투자여건이 훨씬 나은 편이라 볼 수 있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이번 엔고로 일본업계는 실리콘웨이퍼·무선전화기·25인치이상 대형 컬러TV 등 일부 전자부품과 베어링·특수강·내연기관 부문에서 해외 투자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일관계는 명백히 단순한 경제적 실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뼈저린 역사적 앙금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해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입 전체규모와 맞먹는 국제수지 흑자를 내는 세계 최강 산업국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여러 사정을 복합적으로 감안,이번 4차 엔고를 우리나라 부품 기계산업 육성의 호기로 보고 일본 관련업체의 국내 진출을 적극 유치하자는 것이 「일본 전용공단」 설치 주장의 골자인 셈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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