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집권당,야에 큰 고전독재와 강권통치에 억눌려온 파라과이 국민들이 1백82년만에 처음 문민정부를 위한 총선을 통해 실질적 주권을 행사하게 됐다.
파라과이 민주주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9일 실시될 총선거(대통령 및 의회선거)가 유권자의 자유·직접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탱크라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번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실시되면 파라과이 국민들은 1811년 독립후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선거를 해보는 셈이다.
지난 89년 2월 쿠데타로 35년간의 스트로에스네르 독재를 종식시킨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8월15일에 평화적 민정이양과 함께 파라과이의 민주주의 실현을 약속했다. 현형 헌법상 재선이 금지된 로드리게스는 비록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지라도 선거결과를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5년간 장기 집권해온 여당 콜로라도당은 내분과 부패로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으며 콜로라도당의 대통령후보인 후안 카르로스 와스모시는 야당 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후보 결정전에서 와스모시와 접전을 벌였던 콜로라도당의 실력자 루이스 마리아 아르가나는 유권자들에게 와스모시 이외의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어 내부 분열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로드리게스 집권하에서 통제가 완화된 언론들은 스트로에스네르 당시의 정치적 억압과 로드리게스 통치하의 부패상을 연일 보도함으로써 콜로라도당과 군부의 앞날에 암운을 던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야당 후보는 「확실한 자유급진당」(ALRP)의 반체제인사 도밍고 라이노와 연합단체인 「국민의 친구」(NE)의 사업가 출신인 기예르모 카바예로 바르가스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군부와의 대결을 피하는듯한 인상이어서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군부의 실력자인 리노 오비에도 육군 제1군단장은 『군부가 콜로라도당과 함께 파라과이를 영원히 통치할 것』이라며 야당이 승리할 경우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한편 콜로라도당이 승리를 위해 선거를 조작하거나 선거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회에서의 우위를 이용,선거결과를 무효화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략들이 모두 실패할 경우 군부가 정국안정을 이유로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주변 강대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번 선거에서 부정이 자행될 경우 95년 출범할 남미 공동시장에서 파라과이를 제외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 파라과이의 민주화에 앞장서온 미국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선거감시단으로 파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어 소문과 같은 부정행위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최근 로드리게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공명선거를 당부했다.
이런 미묘한 상황속에서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파라과이 최초의 문민정부 출범과 민주주의 실현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박희정기자>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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