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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권의 실패/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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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권의 실패/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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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중남미 등의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들의 부정부패 상황에 관해 연구한바 있는 데이비드 바레이 교수(정치학자)는 부정부패가 국가와 사회,국민에게 가져다주는 해독에 관해 몇가지 들었다.즉 국가의 권위와 사회의 평화,신뢰를 무너뜨리고 정부의 타당한 시책 추진을 저해하는 한편 국민과 국가에 엄청난 부담과 손실을 가져다주며 불공정의 제도화­실습화로 불평 모략 중상 시기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의 해독과 폐해중 가장 심각한 것은 국민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고 불법 탈법으로 인한 무질서로 국민과 국가를 함께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부패를 방치,묵인하는 것은 보다 더 큰 부정과 부패를 발생케 하는 것인 만큼 단호하게 응징하고 도려내는 노력만이 최상의 양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국이래 45년간 숱한 대소사건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중 정치,권력 및 관과 연루된 사건치고 제대로 속시원하게 규명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49년 6월 백범이 암살당하자 국민적 분노를 고려,정부는 반드시 암살범인 안두희의 조종세력을 철저히 조사해서 낱낱이 밝히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규명은 커녕 1년뒤 6·25가 터지자 사형수인 안을 석방하고 소령으로 복귀시켜 국민을 우롱하지 않았는가.

48년이 지난 지금 범인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도 백범살해의 진상은 미궁에 빠져있다. 이것뿐인가. 역대정권때 빚어졌던 많은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비리중 제대로 「배후」가 밝혀진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가까운 6공시절의 대표적 비리였던 수사사건만해도 그렇다. 국민은 그같은 불법행위 특혜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도 형무소에서 복역하고 나온 정치인과 청와대 비서관 등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분개하고 있어 요지경속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억울하게 당한 것인지,아니면 불법인줄 알면서 고위층이 묵인·지시해서 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배후」와 「진상」이 드러나지 않으니 남는 것은 눈덩이처럼 증폭되는 의혹뿐이다. 모든 부정사건이 그렇지만 특히 정치권력이 개재된 비리일수록 철저히 수사,정확하게 경위와 배후를 밝히고 단죄해야 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반드시 지켜야할 철칙이다. 그같은 재산공개와 엄단은 재발방지와 깨끗한 사회조성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엄연한 부패를 덮을 경우 그것은 치유가 아니라 바로 더 무서운 비리­암을 키우는 것임은 역대정권의 실패가 증명해주고 있다 하겠다.

지난주이래 국민의 관심은 동화은행의 비자금 사용과 빠찡꼬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사건 수사에 모아지고 있다. 몇몇 정치인과 경찰 등 관리들에게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인사와 공사하청으로 돈을 받은 축협회장 사건에도 일부 정치인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전반적인 수사가 종결되어야 하겠지만 필자는 여기서 새정부,특히 검찰당국에 당부하고자 한다. 즉 정확한 사건­불법부정의 진상을 포함,정치인 등 관련자가 있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명단과 위법 내용을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노파심에서 말한다면 과거처럼 「외압」과 불필요한 「정치적 고려」에 의해 「배후」를 덮거나 수사를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리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처럼 문민정부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수십년 쌓이고 썩은 비리의 진상과 비리를 캐겠다고 한만큼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되풀이 말하거니와 한국병의 최대 원인은 정치권력과 부패와의 공존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 고리를 철저히 단절시키는 선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관련된 여야 정치인은 물론 공무원들은 모조리 공개하고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정부­사정당국의 책임자는 「부패를 제거않고 방치할 경우 더 큰 부패를 낳게 된다」는 바레이 교수의 말을 새삼 음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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