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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진실이 작품분석 척도”/팔봉비평문학상 김우창교수/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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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진실이 작품분석 척도”/팔봉비평문학상 김우창교수/대담

입력
199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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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현실 돌아보는 가장 유연한 방식/좋은세계 만드는데 기여해야”「제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우창씨(57)는 폭넓은 인문과학적 지식과 섬세한 언어로 우리 문학의 심연을 헤쳐왔다. 수상평론집인 「심미적 이성의 탐구」(솔간)는 깊은 철학적·비평적 사고를 바탕으로 작가와 작품의 은밀한 감각과 사유체계,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되는 사회를 읽게 하는 책이다.

36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미국 코넬대에서 석사학위,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74년부터 고려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본 동경대 교환교수로 가 있으나 6월3일의 시상식에 맞춰 일시 귀국할 예정이다.

▲「심미적 이성의 탐구」는 82년에 나온 「지상의 척도」이후 1년만에 나온 책입니다. 80년대를 관통하면서 스스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본래부터 문학은 다른 사회적,문학적 관련속에서는 보자는 뜻을 가졌지만,80년대를 지나면서 실제 글 자체가 문학에서 사회와 문화로 확대되어 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미적 이성」이란 무엇입니까?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으로 이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이성이 너무 간단한 법칙이 되면,그것에 지배되는 삶은 너무 좁아집니다. 감각적·일상적·형이상학적 느낌으로 보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법칙적으로만은 포착되지 않는 심미적 원리가 들어있는 이성­이것이 심미적 이성입니다.

▲선생의 문학과 비평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또 「지상의 척도」가 없는데 문학과 세계를 정리하는 척도는 무엇입니까?

­사람이 살만한 세계를 생각하는데,문학도 공헌한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학에 대한 나의 기본적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지상에는 딱 부러지는 척도가 없지만,또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느낌으로,특히 시적 느낌으로 짐작되는 척도가 있습니다. 객관적 타당성이 부족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합의하는 민주정치의 척도도 있습니다. 물론 과학,과학적 타당성,이성­이러한 것도 척도입니다. 사람을 넘어가면서,사람이 만드는 또는 헤아려보는 척도입니다.

▲작가나 작품을 분석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작품의 진실입니다. 작가의 진실된 마음,마음이 인식하는 진실­그러나 이러한 것은 간단한 의도나 주장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진실의 인식은 그것을 위한 훈련과 자기 비판으로 가능합니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할때,참으로 내 이야기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문학 전공자로서 한국문학을 비평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과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아 문제입니다. 진리는 부분적 구체적 사실속에 드러나지만,보편성을 지향하는 바가 없이는 얻어지지 않습니다. 국민문학은 세계문학 또는 문학의 보편적 지평중에서 그 참모습을 드러냅니다.

▲선생의 글에서는 일반적인 문학비평과는 달리 경제학적·사회학적 개념을 많이 보게 됩니다. 문학과 사회과학을 연결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이론적으로는 쉽지 않겠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현실이기 때문에,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저절로 그것에 이르게 되고,문학은 이 삶을 돌아보는 가장 유연한 방식의 하나입니다.

▲산업화시대,개인주의시대에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또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좋은 세계를 만드는데,문학이 기여해야겠지요. 한편으로 사람이 독자적인 마음과 삶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독자적인 삶은 그것에 맞는 세상이 없으면,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문학은 사람의 본성의 자연스러운 표현에 관계됩니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본성은 바르게 확인되기 어렵습니다.

▲77년 「궁핍한 시대의 시인」,81년 「지상의 척도」,92년 「심미적 이성의 탐구」까지 선생은 전환기에 책을 내곤 하셨습니다. 책을 내는 시기,글을 발표하는 시기를 결정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나의 글은 대부분 그때 그때의 요청으로 쓰인 것입니다. 이 「때」가 지나면,그 의의가 많이 줄어드는 것일 겁니다. 미련과 욕심 또 아쉬움이 이것들을 모아 책이 되게 합니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책으로 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바쁘거나 게으르다거나 하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선생께선 대학 학부를 정치학과에서 영문학과로 옮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연이 있을까요?

­젊을 때의 객기의 한 표현이겠습니다. 단지 대학에서 배우는 정치이론이 내가 느끼는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는 불만은 가졌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정치학이 인간을 외면적으로 인식하는데 비해 삶을 조금 더 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문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대담=이현수기자>

◎심사평/한국비평에 철학적 깊이 보태

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김우창씨의 비평활동은 어떤 종류의 문학상 수상으로 평가될만한 수준을 이미 멀리 벗어나 있다. 그만큼 그의 업적은 우리 현대 비평사에 우뚝 솟아있다.

그의 비평활동이 우리의 문학적 사유에 보탠 것은 무엇보다 서구 인문학의 전통을 체득한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철학적 깊이일 것이다. 가령 그는 한용운의 시를 해석할 때 마치 하이데거가 휄덜린의 시구에 천착하듯 집중적인 사색을 밀고 나간다. 그럼으로써 그의 평론은 종래의 우리 평론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적 긴장과 훈련된 사고의 응축된 결실을 낳았던 것이다.

그의 이론전개는 학문적 논리성을 겨냥하기 보다 문학이라는 매우 복잡하고 느슨한 대상 자체의 성질에 그대로 순응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 점이 그의 평론에 수필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발길 닿는대로 문화유적을 답사하듯이 그의 붓끝은 문학의 형태로 세상에 태어난 인간정신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쓰다듬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개방적이고 타협적이다.

그러나 그의 비평에 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관되게 야만과 폭력,무지와 허위를 적발하여 그것이 파괴적 작용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의 암흑에 대한 공격조차도 그 공격적 태도에 스며들지 모를 폭력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에라스무스 계열의 회의주의적 인문주의자이다.

그의 평론집 「심미적 이성의 탐구」는 우리 비평적 사고의 한 결정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발표된 현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실체 비평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은 김우창씨의 비평의 독특한 무게를 이루는 동시에 그가 문단현장의 생생하고 직접적인 움직임에서 얼마간 비켜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는 그의 평론집이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손색이 없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심사위원 정명환 김윤식 김병익 염무응>

◎심사경위/2차 심사서 김우창·임헌영 2인 압축/긴시간 난상토론끝 김 교수로 결정

한국일보사가 주관하는 팔봉비평문학상은 지난 3년동안 각각 김현 김윤식 김치수 세 수상자를 내면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비평문학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것은 이 상이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에 깊이 뿌리박으면서도 문학의 미학적 성취도를 설득력있게 확인시켜주는 평론에 수여한다』는 심사요강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수상자들을 계속 선정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제4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의 실무를 위해 한국일보사는 먼저 심사요강에 따라 지난 1년간에 강행된 22권의 평론집 목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정명환 김윤식 김병익 염무응 등 4명의 평론가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심사위원들은 그동안의 현장비평 활동을 통해 쌓아올린 업적과 서로간의 상이한 비평적 경향으로 미루어 볼 때,우리 비평계의 다양한 경향들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평론가들이라고 생각된다.

제1차 심사위원회는 4월10일 한국일보사에서 열렸다. 이 모임에서는 먼저 정명환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선출한뒤 곧바로 실무진에서 준비한 자료의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권영민 권오룡 김우창 임헌영 차한수 최유찬 등 여섯 사람의 평론집에 특별히 주목할 것을 결정하고,2주동안 그것들에 대해 개벌적 검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2차 심사위원회는 4월24일에 열렸다. 2주동안의 개별적 검토를 토대로 토론을 벌인 결과 심사위원들은 김우창 임헌영 두사람으로 쉽게 후보자의 범위를 압축했다.

그리고 긴시간동안 두사람의 평론세계에 대해 진지한 난상토론을 벌인끝에 김우창교수를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결정했다. 김우창교수의 평론은 특유의 철학적 깊이와 인문학적 교양의 부피로 말미암아 독자들로 하여금 사유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을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 결정의 주된 이유였다.

그리하여 독자 여러분에게 서구적 에세이의 개념에 상응하는 독특한 평론의 경지를 개척한 김우창교수가 제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음을 즐거운 마음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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