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의 거악」 「검은 돈 수집의 왕자」 「늙은 너구리」 「평성(아키히토 일왕의 연호)의 요괴」. 이것은 1980년대 일본 정계에서 「킹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가네마루 신(김환신)을 두고 나중 일본 언론들이 매도한 표현들이다. ◆집권 자민당의 부총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가네마루의 장기는 소위 밀실정치막후협상과 검은 돈(정치자금) 긁어모으기. 정치자금의 경우 일본 재계의 총본산인 경단연에서부터 이름난 웬만한 중소기업까지 그에게 돈을 바치지 않은데가 없을 정도라는 얘기며 자금거래는 말썽과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가네마루의 검은 돈 모으기는 재계나 업체의 이익을 챙겨주는 철저한 기브앤드 테이크식이다. ◆지난 90년 9월 『일본과 북한간의 관계개선에 정치생명을 바치겠다』며 89명의 자민·사회 양당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김일성에게 온갖 아첨을 늘어놓으며 일본·북한간의 수교협상의 물꼬리를 튼 것도 결국은 북한이 장차 받게될 5천억∼1조엔의 배상특수를 노린 대건설회사들의 로비를 받아들여 앞장섰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검은 정치의 명수이던 가네마루도 작년말 여론의 압력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이어 탈세로 구속됐고 조사결과 긁어모은 정치자금중 60여억엔(4백억원)을 횡령 착복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분노를 샀다. ◆최근 동화은행의 비자금 사용과 빠찡꼬계 대부격인 정덕진씨의 각종 불법사건 수사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과거 5·6공 시절 권부의 언저리에서 재계·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몇몇 현역 정치인들의 유관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검찰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았거나 이들은 비호했다는 얘기는 그럴듯하게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 재산공개때 한결같이 축소·은닉 및 투기의흑을 받았던 이들이어서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다. 과연 한국판 가네마루라고 할 행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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