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선정문제는 아무래도 엄정한 객관적 검증절차를 새로 거쳐야만 할 것 같다. 제기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는 공군대학에서 교육중인 영관급 장교 50여명이 차세대 전투기사업 기종변경 의혹에 대한 해명을 공식 건의했다고 전해진다. 일종의 집단적 의사표시였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영관급 장교들의 건의는 「신한국 창조에 동참하는 길」이라는 주제의 자유토론시간에 표츌된 견해가 집약된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 방위기능과 직결된 문제를 최일선의 실무장교들이 어렵게 거론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모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때맞춰 보도된 지난 91년 당시 미 의회 감사담당자의 의회 증언기록은 한국정부가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바꾼 이면에 「정치적 요인」도 있었다고 밝혀 사태를 더욱 심상치 않게 하고 있다. 미 감사담당자가 판단한 「정치적 요인」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를 우리는 알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번복의 전말을 돌이켜보면 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F16과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A18을 놓고 7년간에 걸친 각종 검토와 우리 조종사들의 탑승시험 등을 거쳐 국방부가 내린 첫 결론은 FA18기였다. 89년 12월20일 국방부는 그같은 선정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F16도 우수한 기종이나 한반도가 3면이 바다이면서 산악지형임을 고려할 때 북한의 최신예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공대해 성능이 우수하며 쌍발엔진을 갖춰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FA18 선정의 이유였다. 또한 가격문제에 대해서도 「FA18이 F16보다 비싸지만 국내 항공산업 육성과 관련산업 파급효과 측면에서 국내 작업분량이 많고 첨단기술로 제작된 FA18이 유리하다」고 평가했었다.
그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공군을 포함한 관계기관들이 미 해 공군,GD사,MD사,일본,유럽국가 등으로부터 총 7만3천페이지가 넘는 7백23권의 관계자료를 수집 검토했고 85,86,88년 등 세차례에 걸쳐 직접 비행평가도 실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결정 발표까지 된 기종이 「재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MD측의 오랜 검토기간중 생긴 임금상승과 부품가격 상승을 들어 가격인상을 요구해온데서 비롯됐다. 또한 구성 소재기술,초고열에 견디는 할금기술 등의 이전문제에서도 미측은 이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91년 3월 기종선정 결과를 번복,이미 우리가 약간 보유하고 있던 F16으로 기종을 바꾸어 발표했던 것이다. 1년3개월만의 번복이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운용책임을 지닌 공군의 견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선정·번복과정에 개재된 「정치적 요인」이 무엇이었던가를 포함하여 모든 부정의혹은 반드시 밝혀지고 소명돼야 한다고 우리는 거듭 주장한다. 국방부는 『의혹이 없다』고 말로만 되풀이하고 있으나 설득력을 잃은지 이미 오래되지 않았는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영공을 계속 지켜나가야 할 주력기로 F16이 적합하냐 아니냐 하는 점에 실제 운용자들이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군 장교들의 의혹 해명요구가 그 심각성을 다시 표면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당국의 현명하고도 새로운 대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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