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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불 현금다발/이준희 LA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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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불 현금다발/이준희 LA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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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만료 직전인 지난 1월말 딸 노소영씨와 사위 최태원씨 부부가 미국내에서 19만여달러를 불법처리한 혐의로 현지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된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해도 국내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우리나라 외국환관리법상 한도액을 훨씬 초과하는 돈이 어떤 형태로든 불법 반출됐으며 또 그것이 외국에서 문제가 됐다는 사실 등이 꺼림칙하기는 했으나,사건 당사자가 최고 공직자와 재벌의 자녀라는 점으로 볼때 문제가 된 액수 자체는 그다지 대수롭지않다는 느낌을 준게 사실이다.

오히려 좀더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탈법수단으로 법망을 피하지 못한 이들의 어수룩함을 비웃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도덕불감증적 사회정서에 묻혀 일과성 화제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이 자금이 최씨의 미국내 근로수입이었다는 선경측의 무리한 해명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5일의 미 현지 재판과정에서 자금출처가 스위스은행 계좌이며 한국정부 관계자가 개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스위스은행 계좌라면 비밀스럽고 떳떳지 못한 돈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미 검찰이 시사했듯 돈의 출처가 한국정부 관계자라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제기된다.

재판 관계자들의 발언내용으로 보아 이 돈은 수표나 전신환도 아닌 다발로 묶인 현금 뭉칫돈 그대로 미국에 유입됐음이 명백하다. 19만달러라면 1백달러짜리로 웬만한 손가방 정도는 쉽게 채울 수 있는 액수이다.

이 많은 돈을 들고 X레이 투시기가 설치된 공항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기가 수월했겠는가.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발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거나 적발된다해도 굳이 문제가 될게 없다는 배짱을 가졌었다면 그것은 과연 어떠한 경우를 상정할 수 있는가.

물론 이 자금의 성격과 조성경위 및 전달과정 등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엄청난 치부규모에 비하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이 사건은 돈규모 이상으로 심상치 않은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샌호제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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