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옐친 방문취소… 일 자존심 “먹칠”/국민들 “사기당했다” 흥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옐친 방문취소… 일 자존심 “먹칠”/국민들 “사기당했다” 흥분

입력
1993.05.07 00:00
0 0

◎북방영토문제 「언질」기대 물거품/“18억불 원조 취소하라” 압력가중일본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적인 제스처에 잇따라 농락당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일본 국민들은 옐친의 「5월 방일 무기한 연기」로 지난해 9월에 이어 두번이나 일방적인 방일 취소결정을 당하자 대외적인 체면이 크게 손상당한 「사기사건」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옐친의 이번 방일 취소는 한마디로 예기치않은 사태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9월과는 달리 이번에는 옐친이 지난 4월 서방선진 7개국(G7) 각료회의에 앞서 일방적으로 방일 희망의사를 발표,일본이 할 수 없이 이를 수락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옐친이 스스로 제의한 방일계획을 스스로 거둬들인데 대해 일본측에선 지난달 G7 각료회의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술수가 아니었는가 하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옐친은 4월초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가 북방영토문제와 대러시아 경제협력문제를 분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일본방문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바람을 잡아 곧 개최될 G7 각료회의에서 일본이 북방영토문제를 거론치 못하게 한뒤 일본이 G7 공동지원과는 별도로 18억달러를 내놓도록 몰아간 인상이 짙다.

일본이 G7 각료회의에서 「정경불가분」의 종래 외교방침을 수정,「확대균형」이란 새용어를 도입하면서까지 러시아를 지원키로 한 것은 5월말에 옐친이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북방영토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옐친이 지난달 25일 실시된 러시아 국민투표에서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는데는 G7국가들의 엄청난 지원약속이 크게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때를 전후해 옐친이 쿠나제 외무차관을 일본에 파견,자신의 방일과 관련된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를 사전 조정토록 하게 한 것도 정치적 제스처의 일면일 가능성이 크다.

쿠나제 차관은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선 계속 정경분리방침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고,일본측은 북방영토에 관해 가시적인 해결은 안되더라도 앞으로의 방향만이라도 거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일본의 대러시아 외교의 새방향인 「확대균형」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옐친은 결국 실익없는 일본방문 계획을 또다시 거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측은 옐친·미야자와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G7 회의에서의 금전적인 지원약속에 대한 러시아측의 반대급부를 당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옐친은 일본의 정경분리원칙이 확인되지 않으면 일본으로부터 추가적인 경제지원을 보장받기는 커녕 북방영토에 관해 「언질」만이라도 해주어야할 단계로 몰렸던 것이다.

옐친의 「뺑소니작전」으로 일본 국민의 대러시아 불신감이 고조되면서 『미야자와 정권은 북방영토는 언급도 하지 못한채 옐친에게 사기당했다』며 『18억달러의 원조안을 취소하라』는 등 미야자와 총리와 옐친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곳 외교소식통은 『옐친의 5월 방일은 당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옐친 대통령이 북방영토를 언급하면 러시아 보수세력에 몰릴게 분명하고 반면에 미야자와 총리는 이를 거론치 않을 경우 국내의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만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탈출구』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와는 관계없이 오는 7월 동경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때 옐친 대통령을 초청,「G7+1(러시아)」 회담을 갖는다는 종전의 방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동경=이재무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