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중인 안영모 동화은행장 비자금조성 사건과 빠찡꼬업계 대부 정덕진씨 특가법 위반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심은 그동안 엄청난 풍문속에서도 금기시되어 왔던 이들 사건의 수사가 갖는 시대적·상징성 때문이라 하겠다.아니나 다를까. 수사착수 초입부터 그동안 우리 사회를 죄어온 총체적 부정의 막강한 비호세력과 부패의 연결고리들이 그 감춰졌던 모습을 차츰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두사건만 제대로 캐낸다면 꽁꽁 숨겨졌던 과거비리의 표본적 유형들이 노출되고 말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화은행 사건에서는 안 행장이 2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당시 청와대 수석들과 관계장관 및 금융계 대부로 일컬어지던 의원들에게 행장연임 운동 등의 뇌물과 정치자금으로 조직적으로 제공됐음이 드러난게 가장 큰 수확이라 할만하다.
은행이 대출자금에서 뜯어낸 커미션이 거액의 비자금으로 둔갑했고,금융계를 지휘감독할 책임을 진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그 비자금에 기생함으로써 부정을 묵인·조장하는 유착·공생의 먹이사슬을 이뤄왔다는 사실이야말로 총체적 부정의 표본을 보는듯한 것이다.
검찰이 물증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시점인데도 정가와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엄청난 뒷돈 회오리가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몰고올 엄청난 파동을 예고한다 하겠다.
빠찡꼬 대부 정씨사건도 우리 사회의 치부를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는 사건이다. 암표상 출신의 정씨가 60년대말부터 빠찡꼬업계 투신,전국 빠찡꼬 지분의 70%를 장악한 대부노릇을 하며 수천억원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승률조작·탈세·외화도피·뇌물제공·범죄단체 조작 등 온갖 부정·비리를 저질러왔는데도 법망에 걸리기는 커녕 지금껏 누군가에 의해 비호만 받아왔던 것이다.
「허가받은 노름」을 통해 서민들을 올리며 거둬들인 떼돈의 상당부분의 5·6공의 정·관가 실력자는 물론이고 불법 빠찡꼬를 단속할 수사권력기관에까지 정치자금과 로비자금으로 조직적으로 제공되어 왔다는 사실은 과연 무얼 뜻하는가.
놀라운 사실은 정씨가 지난 87년 대통령선거때 여당 후보지원 조직인 태림회 간부로 행세까지 했고,그 때문에 그의 비호세력으로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마저 거론되고 있는 점이다.
정씨의 떼돈은 폭력조직인 김태촌의 서방파 재건자금으로도 건네졌음이 이번에 아울러 드러났다.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한다면서 뒷돈을 대는 대부는 비호세력 때문에 건드리지 못했으나 전쟁수행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음도 자명해진다. 마피아식 행각으로 번 검은 떼돈을 높은 사람들과 폭력조직이 나눠받아왔다는 사실은 정말 공개하기조차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치부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씨 사건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연루사실이 드러날까봐 각계에 비상이 걸려있는 형편이고,어차피 이 사건은 각계에 뿌리가 너무 깊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풍설마저 나돌고 있음을 주목하고 않을 수 없다.
검찰과 사정당국은 이번 기회야말로 총체적 부정과 권력비호의 상징격인 두사건을 끝까지 캐내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이런 사건의 명쾌한 단죄없이는 비리척결과 개혁도 없다는 각오와 의지가 요구된다. 국민은 검찰수사에 큰 성과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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