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장 회동… 재벌규제등에 반론/“신경제에 우리입장 충분히 반영시키자”신정부 출범이후 사정 칼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부의 의중파악에 급급했던 재계가 제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상의 전경련 무협 기협중앙회 경총 등 경제 5단체장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례모임을 갖고 신경제 5개년계획에 재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신경제 5개년계획과 관련,강도높은 재벌규제정책 실시의지를 잇따라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경제 5단체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신경제정책의 기본틀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신경제 5개년계획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항에 재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혀 정부의 재벌규제정책을 그냥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 5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은 현재 분위기로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신경제 5개년계획 확정안에서 재계의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과 시간적 촉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지난달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렸던 공정거래정책협의회를 지켜본 후 더 이상 앉아서 박수만 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협의회에서 ▲기업분할명령제 ▲계열사간 채무지급보증한도 축소 ▲출자총액한도 축소 등 사실상 재벌해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지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조규하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공정거래정책이 말 그대로 공정경쟁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경제력 집중완화에 초점을 두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전경련은 또 이에 앞서 정부가 신경제정책 작성지침에서 경제력 집중완화를 강조한 것은 부의 집중을 억제한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나 자칫 대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의견제시에서 한걸음 나아가 적극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삐는 정부가 쥐고 있고 재계는 끌려가는 상황이지만 무턱대고 끌려 가는게 아니라 가고자 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겠다는 재계의 시각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산품가격 동결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을 결의하며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했던 지난달의 5단체장 회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평소 길어야 한 시간이던 회의가 두시간 반 가까이를 끌었던 것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경식부총리가 이례적으로 회의도중 직접 전화를 걸어 오는 7일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도 재계의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정부와 재계와의 의견교환 통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경제정책 5개년계획의 확정을 앞두고 정부와 재계와의 미묘한 물밑 줄다리기가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일 정부와 재계의 간담회와 이후 재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준형기자>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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