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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서울나들이 계획/12살 소녀가장 김은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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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서울나들이 계획/12살 소녀가장 김은실양

입력
1993.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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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걱정에 발길무겁기만/유복자로 태어나 2세때 엄마불구/단칸 셋방서 2식구 생활/인천 만수북국교… 모범학생 선발도인천 만수북국교(교장 최진성) 6년 김은실양(12)은 국교에서의 마지막 어린이날 나들이를 서울로 하게 됐다.

어린이재단서 나온 대학생 봉사대원 오빠를 따라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재미있는 놀이와 축제를 구경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김양은 나들이가 즐겁지만은 않다.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1급 장애) 걱정 때문이다.

아버지 얼굴도 모른채 태어난 무남독녀 김양에겐 하반신을 쓰지못해 누워있지만 어머니만큼 이 세상에서 소중한 삶은 없다. 서울나들이 보다는 어머니를 휠체어에라도 태우고 가까운 공원에 가는게 더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15분거리인 3평 단칸방(인천 남동구 만수동 895의 37)에 사는 김양은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쩔수 없이 가장역할을 해야했다.

김양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걸음마를 시작할 두살 무렵에는 어머니 이순예씨(41)마저 평생 불구자가 돼버렸다. 남편을 임신 8개월때 잃고나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씨는 침대공장 나무더미에 깔려 척추를 다쳤다.

외할머니손에 길러지다 국민학교 2학년때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된 김양은 어머니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집안살림을 꾸려간다.

지난해 담임이었던 이승삼씨(39)도 집에 가보고서야 사정을 알만큼 학교생활에서의 김양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하는 방송일도 악착스러울 만큼 열심이다.

노래를 좋아해 교회에서도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요일마다 김양은 집근처 제일교회에서 같은 기도를 반복한다. 고칠 수 없는 병인줄 알면서도 『어머니를 낫게 해 달라』고 빈다.

김양은 90년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인천시로부터 매월 5만7천원과 쌀 20㎏을 받고 있다. 아직 학비걱정이 없어 견딜수 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면 그것도 걱정이다. 지난 1일에는 인천시로부터 모범청소년으로 뽑혀 격려금 1백만원을 받아도 가장 갖고 싶은 책상하나 살 수 없었다.<인천=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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