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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정정보」캐기 총력전/연이은 비리적발·내사설맞아 조직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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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정정보」캐기 총력전/연이은 비리적발·내사설맞아 조직확충

입력
199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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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라인 무너져 로비할곳도 마땅찮다”3일 상오 7시 국내 굴지의 기업인 B사의 밀실­. 정상업무가 시작되기전 이른 시간에 일체의 외부접근을 차단한 채 정보팀 회의가 열렸다. 12명의 자체 정보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차례로 공개했다. 모두가 예사롭게 넘길 사안들이 아니다. 방산비리사정의 파장,금융권 사정에 대한 뒷얘기,일부 정치인에 대한 내사설과 기업인의 연관설 등이 이날 보고된 정보의 골자다.

부장급인 팀장 지휘로 수집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사장과 관련임원들에게 보고한 시간은 상오 11시. 대부분 정보들을 비밀번호를 가진 관계자들만 볼 수 있도록 돼 있는 컴퓨터망에 입력한 뒤 팀장은 사장에게 직보하기 위해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도 이 시간만큼은 외부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다. 주요 재벌그룹의 주력사들 모두가 올들어 정보조직을 확대하고 최고 경영층과의 직보라인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보팀의 회의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고 보고량도 크게 늘었다. 각종 비리사실 적발과 내사설 등이 끊이지 않는 등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사정의 태풍으로부터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일련의 비리사실에 어떤 형태로든 기업들이 연루될 수 밖에 없고 이에대한 정보를 조기수집해 즉각적인 대응체제를 갖추지 못할 경우 언제 사정의 도마위에 오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기업인으로부터 일체의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예전엔 급할 때 회장이 나서던 로비도 불가능해지는 등 기존 정보라인에 일대 혼란이 발생,재계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정보수집 및 로비라인은 입체적이고 다양했었다. 정보팀들은 증권시장이나 경찰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정보조직을 통해 전반적인 정보사항들을 수집하고 기조실과 기획실,경리팀 요원들은 각 정부 부처와 은행,국세청 등을 맡아 입안되고 있는 정책들이 발표되기전에 미리 입수,조치를 취하면 됐었다. 정부의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관련정보가 외부로 나돌아 쉽게 이를,포착,로비력만 동원하면 얼마든지 사안자체를 유리한 방향으로 돌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후 상황은 급변했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정부 관리들이 기업인과의 접촉자체를 기피하고 있는데다 로비력에 의해 정책을 파악하고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재벌총수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사정의 칼끝이 한발 한발 재계 쪽으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 만큼은 분명한데 뚜렷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자체 정보팀의 활약에 기대는 방법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 대우 럭키금성 등 주요 그룹들은 따라서 최근 회장실 직할로 정보조직을 신설하거나 홍보실과 조사팀을 주축으로 구성됐던 기존조직을 대폭 보강하는 작업에 나섰다. 또 이들 정보조직의 활동도 기존 정보라인 대신 핵심에 보다 근접할 수 있는 라인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수집 정보 하나하나가 기업의 존망에 직결되는 것들이다. 국내 재계사의 일대 전환점이다』 B사 정보관계자들은 『하루하루 칼날위를 걷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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