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이 쓰레기 한강에 떠밀려 가는가. 성장과 발전의 젖줄이 그로인한 오물때문에 거듭 죽어가고 있다. 기를 쓰고 살려내자는 한강을 독수로 만드는 것은 바로 유람선 선착장이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그 꼴이다.한국일보사와 해병 특수잠수전우회가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는 한마디로 끔찍할 뿐이다. 선착장 아래 강바닥은 쓰레기 하치장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창한 날 대낮에 물속이 너무 어두워 손전등을 비춰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착장 주변을 조금 벗어나도 물이 맑다니 오염원이 유람선 식당인 것은 아주 분명하다(한국일보 3일자 석간 1·2면 보도).
정화사업을 맡은 서울시는 한강에 약주고 병도 준 셈이다. 지난 80년부터 12년동안 하수처리를 위해 해마다 1천억원 가량의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여의도 뚝섬 잠실 등 10개소에 식당 허가를 내주었다. 이러니 정화사업은 밑빠진 독에 물붙기나 다름없게 되었다. 처음부터 쓰레기 대책이나마 따로 마련했어도 이런 참담한 결과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신경 탓인지,아니면 무슨 꿍꿍이 속인지 이해가 안된다.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가르는 한강변의 외관은 그런대로 깨끗하고 도시답게 공들여 크게 달라졌다. 밑바닥 준설까지 마쳐 한동안은 한강의 부활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그 때뿐이었다.
한강변을 다듬어 생활체육과 오락시설을 갖춰 시민공원으로 전환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서울시민에겐 그만큼 휴식공간이 넓어졌다. 시원한 강바람에 유람선을 띄운 것도 운치가 있다. 그러나 음식점 영업을 허가해줘 시민공원을 상업화한게 치명적인 잘못이다. 그렇잖아도 소풍객과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버릇 때문에 한강은 다시 병들기 시작한 것이다. 음식점 허가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두면 한강만 아니고 서울이 썩는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강물은 독물로 끓어오를 것이고 신음이 높아질 것이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겉멋에만 눈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소수의 자발적인 자연보호운동으로 한강의 구원은 불가능하다.
환경문제는 거시적인 정책과 더불어 미시적인 실천이 따라야 풀려간다. 당장 눈앞의 오염부터 없애가야 환경개혁의 실마리가 잡힌다. 자연의 부패를 청소하는 것도 개혁이라는 각오가 요구된다. 쓰레기 대책이 없는 선착장 음식영업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우리네 산하는 생활의 터전이며 젖줄이지 결코 하수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강의 독수화는 서울시민의 생존을 위협한다. 깨끗한 공기와 신선한 물은 행복한 생활조건의 으뜸이다. 누구도 한강을 더럽힐 수는 없다. 공해로부터의 해방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한강은 시민이 살려내야 한다. 단호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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