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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내전 종식」 여전히 요원/세르비아 평화안 서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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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내전 종식」 여전히 요원/세르비아 평화안 서명했지만…

입력
199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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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비준 실패땐 자동 무효화/미국,서방 군사개입 계속 설득/인준돼도 「평화안 준수감독」등 난제 산적가느다란 숨결을 꺼질듯 지켜온 유고평화의 등불은 2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밴스­오웬 평화안 서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빛을 발하게 됐지만 위태로운 비바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카라지치는 이날 평화안에 서명한뒤 5일께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의회에 비준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비준이 실패할 경우 평화안 수락은 자동적으로 무효화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카라지치의 서명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유고사태에 대한 군사개입을 자체 결정한뒤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을 통해 동맹국들과 협의를 시작한 직후 이뤄진 만큼 시간벌기의 속셈이 엿보이는게 사실이다. 또다른 측면에선 파국을 막아보자는 나름의 충정이 작용했음직도 하다.

그러나 독자적인 국가수립을 주장하는 강경민족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르비아계 의회는 「예상대로」 즉각 밴스­오웬 평화안 수용불가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인준까지는 사흘이란 말미가 있으나 이미 2차례에 걸쳐 평화안을 거부한바 있는 세르비아계 의회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돌변,전혀 수정되지 않은 평화안을 수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카라지치가 의회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의회는 국민이 두려워서라도 평화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의회가 인준을 끝내 거부할 경우 서방의 군사개입 개연성은 한층 높아진다. 군사개입 전단계로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돕고 있는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한 압력강화와 경제제재 수행여부를 감독할 유엔감시단의 세르비아­보스니아 접경투입이 있을순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언제 미적거렸냐는 듯이 세르비아를 몰아붙이고 있다. 백악관은 카라지치의 서명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세르비아계가 평화정착에 성의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확신시키기 위해선 말이 아닌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백악관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세르비아계 의회가 설사 평화안을 인준하더라도 사라예보에 대한 포위 해제와 포격중지,인도물자 수송허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군사개입을 피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전쟁을 중단하겠다는 세르비아계의 약속에 그동안 속을 만큼 속았으니 이제는 말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군사개입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유럽을 순방중인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평화안 서명이 없었던 일인양 동맹국들에 대한 「반협의 반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입장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이든 세르비아계 의회가 평화안을 인준하더라도 유고의 앞날에는 험한 장애물이 첩첩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국제사회는 평화안 준수여부 감독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 6만명의 유엔평화유지군 투입이 필요한데 어느 나라도 선뜻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을게 뻔하다. 심지어 유럽 일각에선 「세르비아계가 평화안을 받아들일까봐 걱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세르비아계가 점령 보스니아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인지도 문제다. 크로아티아 영토의 3분의 1을 세르비아가 소유하되 유엔관할에 둔다는 지난해의 크로아티아 평화협정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는 아직 크로아티아로부터 무장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

내전 3당사자의 합의를 필요로하는 보스니아 통치체제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도 의문시된다. 60년대 그리스와 터키계 키프로스가 이번 평화안과 유사한 형태의 연립정부를 구성했지만 결국 실패한 전례에서 보듯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3민족이 연합통치체제를 꾸려나가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이보다 훨씬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평화안 수용으로 3민족간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다. 인종청소,강간 등 갖은 잔학행위로 13만여명의 희생자를 낸 지난 1년여간의 전쟁을 통해 켜켜이 쌓인 3민족간의 원한과 불신이 억지춘향식 동거로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방안대로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이나 보스니아 회교도에 대한 무기금수 해제가 이루어진다해도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내전 3당사자중 어느 한쪽이 전쟁에서 완승을 거두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식이 아니냐는 자조어린 「분석」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홍혜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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