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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과 「가정」(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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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과 「가정」(장명수칼럼)

입력
199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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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내신성적을 평가할 때 남녀 학생을 분리할 것이냐,통합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다룬 칼럼 「남녀 학생의 내신평가」(4월29일자)를 읽은 학부모들이 그동안 빗발치듯 전화를 주셨다. 여자 이과반은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숫자가 적기 때문에 남녀공학 고교들이 시행하고 있는 남녀별·계열별 내신 분리평가에서는 불이익이 크다는 것이 논의의 출발이었는데,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여학생 학부모들의 전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남녀공학이란 남녀 학생을 평등하게 교육시키기 위한 시범학교인데,남녀 학생을 분리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더구나 학생들은 남녀공학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배정을 받은 것이므로 불이익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여자 이과반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교육부·교육청 등에 시정건의서를 낼 계획이다』

이에 반대하는 이과반 남학생 학부모들도 몇분 전화를 주셨다.

『남녀공학이라해도 여학생들은 가정을 배우고 남학생들은 공업기술을 배우는 등 교과과목이 똑같지 않다. 이들 과목의 난이도가 다른데,어떻게 내신을 통합평가하란 말인가』

한 남녀공학 고교의 교장선생님도 같은 이유로 통합평가에 난색을 표시했다. 그 선생님은 『이과반 여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통합평가는 어렵다. 며칠전 서울 강남지역 남녀공학학교의 교장들이 모여서 그 문제를 의논했는데,현행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대고등학교는 여자 이과반의 항의를 받아들여 작년부터 내신평가를 계열별로만 분리하고 있는데,『학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성적평가를 달리할 수 있다』는 문교법전에 따라 가정과 공업의 평가기준을 달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가정과 공업의 평균점수가 몇점인지를 서로 비교하고,전체적으로 수·우·미·양·가의 숫자가 비슷해지도록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현대고교의 한 교사는 『내신을 통합관리한후 이과반에서 좋은 등급을 받는 여학생 숫자가 분리평가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새 입시제도에서 내신비중이 40%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고,대부분의 대학들이 본고사를 포기하고 있으므로 여자 이과반의 불이익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 이과반의 한 아버지는 나에게 전화를 걸고 『남학생들은 이 다음에 가정과 사회를 책임지고 나갈 사람들인데 여학생들이 불이익을 줘서야 되겠는가』라고 억지주장을 폈다. 그의 주장은 『왜 여학생들이 일류대학에 가서 남학생의 자리를 뺏는가』라는 아들가진 부모들의 억지와 똑같은 소리다.

학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통합평가를 주저하는 교장선생님들이 마음속에도 『여학생 때문에 남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다니…』라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통합평가란 한쪽의 불이익을 바로잡는 것이지 다른쪽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며,또 교장선생님은 남학생만의 교장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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