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형사 4명… 체념한듯 순순히 동행3일 상오 6시4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메탈드관광호텔.
새벽의 정적이 감도는 4층 복도에 4명의 건장한 형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섰다.
몇 걸음가 414호실에 멈춰선 이들은 마스터키를 방문에 조용히 꽂았다. 찰칵하는 순간 2명은 밖에 남고 2명이 내실문앞서 마지막 숨을 가다듬었다.
똑똑 두번 노크한 뒤 『정 회장님,송형삽니다』 말을 꺼내는 순간 권총이 쥐어진 오른손에 땀방울이 맺혔다.
『어 들어와』 나직한 목소리의 응답.
긴급 구속장을 내보이며 동행을 요구하자 정덕진씨는 아무런 반항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셔츠와 캐주얼차림의 정씨는 조여오는 수사망을 어느정도 예상한 눈치였다.
빠찡꼬업계의 실력자이자 한국판 마피아 대부로 불려온 정덕진. 그에 대한 내사는 지난 90년 범죄와의 전쟁선포 때 이미 시작됐다.
검찰은 구속수감중인 김태촌 등 조직폭력배 거물들도 정씨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고 이들을 비호하며 이권을 챙겨왔다고 판단했었다.
서울지검 홍준표검사는 지방근무에서 돌아온 지난해 8월부터 정보수집을 본격화,상당한 혐의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8일 상부의 수사결정에 따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보름쯤 지나 정씨로부터 홍 검사 방에 전화가 걸려왔다. 단순한 안부전화였지만 수사동향을 궁금해 하는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들어오면 거물로 대접해 주겠다』(홍 검사) 『좋다』(정) 몇차례 전화통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검찰은 전화내용을 녹음하고 소재지 파악을 시도했다. 운좋게도 지난달 30일에는 「정씨가 에메랄드호텔 커피숍에 자주 나타난다」는 제보가 입수돼 검거작전이 시작됐다.
3일 상오 2시께 잠복중이던 형사로부터 정씨가 이 호텔에 투숙했다는 전화를 받은 홍 검사는 상부보고와 함께 사무실로 달려갔다.
4명의 무술경관을 차출해 현장에 보내고 긴급구속장을 발부,현장에 도착한 시각이 상오 3시.
의외로 조용한 밤이었다. 호텔로비와 주차장·객실복도를 사전 점검했으나 정씨를 보호하는 「주먹」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홍 검사는 작전시간을 6시40분으로 정했다. 정씨가 잠에 빠지고 혹시 모를 보디가드의 방어도 허술할 것임을 감안해서 였다.
호텔주변과 주차장 계단에는 수사관 20여명이 경계망을 형성했다.
『출동』이라는 홍 검사의 지시에 따라 실탄이든 권총으로 무장한 4명의 형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작전은 단숨에 끝났다.
정씨가 묵은 객실은 하루 사용료가 7만9천8백60원인 일반실로 내부는 온돌방이었다. 당시 정씨는 혼자였다.
한 수사관은 『추적을 피하려고 혼자 행동해 의외로 쉽게 검거작전이 끝날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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