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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나침반 찾기 고심/민자 「TK의원들」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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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나침반 찾기 고심/민자 「TK의원들」 요즈음…

입력
199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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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입·몸조심… 회합도 자제/일부선 “때 기다리는 것” 추측「청와대 비서진에 대구·경북출신 TK배제→민자당 지도부 개편에 TK의원 해당무→재산공개 파문에서 박준규 국회의장 유학성 국회 국방위원장 이원조 금진호의원 등 TK실세 치명상→박 의장 사퇴·유 의원 의원직 사퇴」 30여년동안 권력의 철옹성을 쌓은듯했던 TK가 권력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났음을 알게해주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새정부 출범후 이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민자당내 TK의원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말수가 적어졌다. 입조심을 하는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은 대세를 따르면서 가만있는게 상책』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일수는 없다. 마음의 문을 좀더 열어보면 「응어리」와 「답답함」이 꽉 차있다. 『의도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개혁·사정의 바람이 유독 TK로 강하게 불고 있는 느낌』이라는 「피해의식」도 엿보인다. 『권력핵심부가 TK에게는 더이상 힘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조바심」도 내비친다. 하지만 결론은 한결같이 『그래도 가만히 참고 있는 것 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지 않느냐』는 「체념」이다.

의원들 사이에 『되도록이면 서로 만나지 말자』는 「모래알」 풍조가 생겨나기도 했다. TK는 더이상 이들에게 자랑스런 「소속집단」이 아니다. 골프모임,회식,주석 등 의원들간의 사적교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고작 시정(대구) 도정(경북) 보고 등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얼굴을 마주할 정도이다.

한때 「맹주」 다툼의 양상까지 보였던 일부 보스급 의원들의 경쟁도 사라졌다. 『수하의원들을 부르는 보스의원도 없을 뿐더러 불러봤자 달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무주공산」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대구지역의 대표주자로 보였던 정호용의원은 본인의 「결백」 주장에도 불구,재산공개의 후유증에 상당기간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김복동 박철언의원 등 전임 대통령의 친·인척그룹은 아예 지난해 당을 떠났다.

경북지역에서는 여전히 김윤환 전 사무총장이 「희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역시 가까운 시일내에 비약의 날개를 펴보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 TK 재선의원은 『지금 우리에겐 앞장서서 일할 사람이 없다. 이전에 그런 역할을 했던 분들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렇다고 신진세력에 이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아직 「힘」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재선의원은 『심지어 지역구 민원 하나도 믿고 부탁할 수 있는 든든한 중진의원이 이제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흐트러진 전열 탓인지 TK의원들 사이에서 미묘한 「분파」의 흐름이 엿보여 흥미롭다.

지역적으로 대구와 경북이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북출신 의원들이 「대구와 경북의 차별화」를 내심 바라고 있는듯하다. 이들은 「TK」가 원래 「대구·경북고 출신 권력엘리트」를 지칭하는 용어였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한 경북출신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면 「왜 우리가 대구의 일부 기득권층 때문에 도매금으로 당해야 하느냐」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한다.

다른 의원은 『새정부 출범후 잇단 사건의 여파로 대구가 「탈여복야」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경북으로까지 파급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경북지역에 대한 별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대구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북고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의식의 차이가 있다. 비경북고출신 의원들은 『이전 정권에서 혜택을 누린 사람들은 대부분이 경북고 출신이다. 우리들은 오히려 「TK」로 매도만 당하고 아무 실익도 못본 처지다. 우리에게도 이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TK의원들의 정치적 장래를 점치는 일은 쉽지 않다. 워낙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몇가지 주목할만할 「잣대」는 있다.

첫째 시기적 「대망론」이다. 이는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후에 화합이 추구되는 시대도 온다. 이때에는 기득권자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역할이 맡겨질 것』이라는 김 전 총장의 지난달 30일 주한 일본특파원 간담회 내용에서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신진보스급 인사 또는 차세대 주자들의 부상이다. 중진 TK 의원중 최근 부쩍 주가가 높아진 의원은 김용태 전 원내총무다. 그는 김영삼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아래 언제든지 「중용」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그에게 대구출신 초·재선그룹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차세대 주자중에서는 강재섭대변인이 돋보인다. 그는 최근 실시된 2개 지방언론의 인기도 조사에서 대구와 경북을 통틀어 3위의 순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다음 선거에서의 당락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렸을 경우 의원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윤영탁 김해석의원의 영입문제에 대해 대구지역 의원들은 『이들을 받아들이면 다음 선거에서 우리도 떨어진다』며 집단 반발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TK의원들의 요즘 모습에서 새삼 느끼는 것은 바로 권력부상 그 자체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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