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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재평가 후회 없도록(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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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재평가 후회 없도록(사설)

입력
199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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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반세기에 이르는동안 우리는 채 매듭을 풀지못한채 과제로 안고 있는 사건들이 많다. 파란만장했던 최근 반세기동안의 비극적인 체험이 그 대부분이다.이 가운데 특히 아직도 사회적 마찰이 큰 사건이나 역사적 의미정립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민자당,그리고 국회의 관련위원회가 재평가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건은 거창 양민학살사건과 백범암살사건,그리고 제주 4·3사건이다.

이중에서 거창 양민학살사건은 88년 6공화국 성립이후 명예회복과 배상을 요구하는 민원이 적극화하고 있어,문민정부로서는 그 해결을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형편에 있다. 애초에 89년 10월 여소야대 국회때 야 3당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상을 규정한 특별조치법안을 공동발의로 국회에 내놨었다. 그러나 그뒤 법안은 3당 합당으로 폐기되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정부와 민자당의 관련자들이 모인 당정협의회에서는 「명예회복」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으나,배상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는 보도였다.

한편 백범암살사건은 지난해 11월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청원서가 국회에 제출돼 현재 법사위의 청원 심사소위에 계류중이다. 거창사건과 달리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기 때문에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이런 움직임에 곁들여 제주 4·3사건 등 다른 사건도 「성격규정」을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다.

정부·여당과 국회의 이러한 일련의 재평가작업은 민원과 행정처리를 위한 평가기준 설정이라는 절차상의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적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그 역사적 의미가 너무나도 크다.

6·25전쟁중 지리산 토벌작전때 벌어진 거창사건만 해도 30년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힘겨운 과제였다. 제주 4·3사건과 함께 국토분단=냉전시대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과거」에 대한 짐이 없는 문민정부가 그 재평가에 나선 것은 해묵은 마찰과 논쟁을 끝맺기 위해서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재평가는 객관적으로 진상을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뜻에서 진상규명이라는 힘겨운 작업이 절차상 앞서야할 것이다. 모처럼의 재평가가 그러한 실무적 과정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경솔하다는 후회를 면치못할 것이다.

백범 김구선생 암살의 진상규명은 거창사건에 비해 훨씬 단순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 정치사적 의미가 막중한 만큼 백범암살의 진상은 시간을 더 허비하지 말고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현대사 재평가」로 표현되는 이들 일련의 작업은 대한민국의 법통과 도덕적 기반 재정립에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광주 민주화운동의 재평가야말로 막중한 과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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