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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P 기종쟁탈/별들의 전쟁/미 예비역 장성 파한 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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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P 기종쟁탈/별들의 전쟁/미 예비역 장성 파한 로비전

입력
199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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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측 지한파 그레고리 동원 홍보/MD서는 해군출신 통해 기선잡기잭 I 그레고리 미 공군 예비역 대장.

최근 로비의혹이 재연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사업(KFP) 기종선정변경 과정에서 막후에서 맹활약했던 거물급 로비이스트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KFP의 기종선정이 임박했던 89년 6월 F16 생산업체인 제너럴 다이너믹스(GD)의 고문으로 영입돼 한국지사에 파견됐다. 당시 그의 직함은 GD의 태평양지역사업담당 고문.

그러나 당시 GD가 추진하던 태평양지역(동남아시아 포함)사업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바로 우리나라의 KFP였다.

KFP에서 GD와 경쟁을 벌이다 막판에 고배를 들었던 맥도널 더글러스(MD)측은 『당초 FA18로 결정됐던 KFP 기종이 F16으로 뒤바뀐 것은 그레고리씨 등 GD의 거물급 로비이스트가 한국의 고위층에게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KFP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도 최근 『퇴역하기 5개월전 GD의 한국지사 고문이었던 박모씨(예비역 공군 준장)가 찾아와 그레고리씨를 언급하면서 F16으로 기종을 바꿀 용의가 없느냐고 타진했었다』고 밝히며 『당시 누군가가 KFP와 관련해 나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레고리씨 그 사람 자체와 그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궁금증이 더 많다.

과연 그레고리씨는 KFP의 기종선정을 번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치와 영향력을 갖고 있었을까. 또 성사과정에서 얼마만큼 막강한 로비활동을 펼쳤을까. 우선 GD가 그레고리씨를 한국에 파견한 것은 그가 미 예비역 장성중 손꼽히는 지한파였고 미 공군 주력기였던 F16에 대해 누구보다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가 주한미군 부사령관이었던 85년 미 7공군 사령부가 창설돼 초대 사령관을 겸임했고 주한미군을 떠나서는 대장으로 승진,미 공군의 야전사령관격인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을 맡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미 공군내 최고의 작전통이었다.

GD가 그레고리씨를 우리나라에 파견한 시기는 89년 6월로 KFP의 기종선정이 임박해 이미 한국 공군이 FA18을 KFP 기종으로 선정했다는 소문이 나온 뒤였다. 그때는 83년 시작된 KFP에서 승리를 낙관했던 GD가 뒤늦게 86년부터 뛰어든 MD에 추격당해 한국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절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다급한 나머지 그레고리라는 거물급 인사를 투입했지만 GD는 결국 89년 12월 기종선정결과 MD에게 패배했고 그레고리씨도 90년 1월 귀국했다. 그후 그는 GD 고문자리를 떠났고 한국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떠난지 1년2개월만에 KFP는 FA18에서 F16으로 급선회했다. 그가 한국에 머물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 그가 돌아가고 난뒤 이루어진 셈이다.

GD가 그를 고용하면서 지급한 연봉은 12만달러. 월 1만달러 수준의 봉급쟁이였던 그가 얼마나 정력적인 로비활동을 했을지 의문이다.

당시 KFP 경쟁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그레고리씨가 했던 일은 주로 한국 공군 및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 F16의 장점을 소개한 것 정도로 알고 있다』며 『평소 잰틀맨십(신사도)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그가 「합법적인」 로비영역을 결코 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더구나 91년 3월 기종선정이 F16으로 번복된뒤 미국의 감사원격인 GAO(일반회계국)가 상원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GD의 대한 로비활동에 대해 5개월간 철저한 조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부정행위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서도 그레고리씨가 기종선정 번복에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KFP사업에 깊숙이 관계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레고리씨의 로비의혹과 관련,재미있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경쟁상대였던 MD측도 88년 미 태평양 함대사령관을 역임했던 미 해군 예비역 대장 제임스 라이언스씨를 KFP를 위해 본사 고문으로 고용했던 것이다.

FBI(연방수사국)의 로비혐의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이 사실은 MD 역시 FA18을 주력기로 사용하는 미 해군의 예비역 대장을 판매경쟁의 최전선에 나서게 했던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레고리씨의 로비의혹은 감사원의 율곡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에서 좀더 자세히 밝혀지겠지만 KFP 기종쟁탈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장성까지 동원된 「별들의 전쟁」이었던 셈이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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