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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굴절된 역사」 바로잡기/「덮어둔 현대사」 왜 재조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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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굴절된 역사」 바로잡기/「덮어둔 현대사」 왜 재조명하나

입력
199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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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대결의 상흔 치유” 민원해소 작업건국과 6·25를 전후해 발생한 민족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한 재조명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6·25이후의 전후 복구과정과 5·16이후 계속된 군사통치의 와중에서 실종해 버린 민족의 비극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평가 작업이 문민시대에 들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의 계기는 「거창사건」에서 비롯됐다.

정부와 민자당은 최근 거창사건의 명예회복과 배상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거창사건의 명예회복 조치는 당초 희생자 및 유가족의 한을 풀어준다는 민원해소 차원에서 검토됐다. 이 사건은 그러나 사실규명과 역사적 평가를 전제로 하기때문에 자연 굴절된 역사의 재평가 차원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제주 4·3사건,여순반란사건,함평사건,대구사건 등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유사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재평가작업이 과거의 잔재중 불필요한 사상대결의 상흔을 씻고자 하는 문민시대의 조류와 맞물릴 경우 새 정부의 「대역사」로 발전될 소지도 있다.

거창사건은 51년 2월 6·25전쟁중 공비토벌 목적으로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원에 투입된 군병력이 민간인 7백20여명을 공비협조자로 규정,집단사살한 비극이다. 이 사건은 이듬해 거창출신 신중목의원이 국회에서 문제를 삼음으로써 국민의 분노대상이 됐다. 결국 거창사건은 법정으로 옮겨가,관련책임자 11사단의 오익경대령 한동석소령 김종원대령 등이 각각 무기징역 10년 징역 3년을 선고받음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5·16후 반전의 운명을 맞았다. 거창사건 유족회 간부 18명이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되고 합동묘지와 비석이 훼손돼,사망자와 유족들은 사실상 부역자의 오명을 안게됐다.

그후 지난 89년 9월 고 김동영의원 주도로 1백65명의 여야의원이 서명한 「거창사건 명예회복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자동폐기된 바 있다. 최근들어 거창출신 이강두의원이 다시 제기했고,민자당은 이를 토대로 강삼재 제2정책조정실장 중심으로 검토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

민자당은 거창사건의 경우 당시 고등군법회의에서 관련책임자가 처벌받아 국가의 위법행위가 입증된 이상,명예회복과 배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또한 문민정부 출범을 맞아 『굴절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진다』는 당위론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여순반란사건 등 유사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 4·3이나 여순사건의 와중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양민이 적지않아,이들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거창사건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면 집단민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강 실장 주재로 기획원·내무·법무·국방·보훈처의 기획관리실장이 참석한 당정 실무회의에서도 형평성이 집중 제기됐다. 이날 당정은 『당시 유사사건의 성격규명을 한뒤 거창사건을 마무리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이에따라 정부는 일단 유사사건의 정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45년전의 사건들인 만큼 성격규명 및 희생자 선별이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4·3사건의 경우 희생자만도 2만7천명(공식추정치)에서 6만5천명으로 추정되고 있어,사망자의 「옥석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유사사건의 경우 배상 등의 조치는 어렵더라도 역사적 재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의 어두움을 외면한채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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