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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그만/권대익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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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그만/권대익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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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치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고 정치가 결코 나같은 사람이 발붙일 곳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숱한 화제를 뿌리며 정계에 입문했던 정주일의원(국민)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밝힌 사퇴의 변이다.

「코미디황제」였던 그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열정은 다른 선배의원들을 더욱 분발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놀라워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그가 의원직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이렇다. 국민당이 지난해 5월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에 실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닥치는대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을 보면서 회의와 함께 탈당 결심을 굳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코미디만도 못한 정치」. 그가 정계 입문 1년만에 내린 진단이었다. 고생끝에 단 금배지를 주저없이 내던지도록 만든 현실이기도 했다.

그가 눈물을 글썽이던서 밝힌 사퇴의 변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사퇴의사를 밝힌지 벌써 20여일.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직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정식으로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따라서 의원직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3백20여만원의 의원세비까지 온라인 계좌로 수령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최근들어 지역구민들이 강력한 항의가 잇따르고 김동길대표 등 국민당으로부터 정계에 복귀하라는 설득이 계속돼 자퇴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그의 의원직 사퇴서 제출이 늦어지자 정가에서는 정 의원이 사퇴의사를 번복하리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 의원이 의원직을 그만두든 아니든 크게 상관할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정치를 또다시 코미디로 만드는데 일조한다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정 의원은 자신이 공인임을 인식한다면 진퇴를 다시한번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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