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계속 불안하다.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으면 물가라도 지속적으로 안정돼 기업과 가계의 주름을 덜어 주어야 하는데 경제현실이 꼭 그렇게만은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기회 있을때 마다 지적해 왔지만 「신경제」는 「1백일계획」이든 「5개년계획」이든 그 계획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물가안정의 기틀을 잡아놓아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한 빠른 시일안에 이뤄지는 것이 좋다.「신경제 1백일계획」은 물가안정을 위해 「고통의 분담」이라는 초법적이며 비시장경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강력히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분담」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임금인상의 동결내지 희생적인 자제,기업에 대해서는 제품가격의 동결내지는 인상의 극소화의 형태로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스스로에 대해 솔선수범의 희생을 부과하고 있다.
근로자들과 기업들은 정부측의 촉구와 불황이라는 현 경기여건 등을 감안하여 「고통의 분담」 요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특수상황을 최대한 이용,「임금과 물가」의 고리를 단절해야 하는 것이다. 6공시대의 물가인상은 임금인상이 제품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는 「코스트 푸시」 요인이 컸던 것인데 김 대통령은 자신의 정통성을 내세워 과감히 「고통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물가안정의 정착에 앞서 먼저 근로자(가계)기업 정부(공무원) 등 경제주체들에게 희생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제 물가안정을 뿌리내려야 할 책무가 있다. 경제주체들이 내년에도 「고통의 분담」을 수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실 거부할 것이다. 정부로서도 물가안정을 이룩해 놓지 않으면 또다시 「고통의 분담」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기회와 도전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의 물가안정은 각별히 중요하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들어 4월말까지의 소비자물가는 3.3%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물가안정 목표를 4∼5%로 잡고 있다. 지난해(4.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4월 한달동안에는 0.6%가 상승했다. 숫자로 봐도 앞으로 연말까지 남은 8개월 동안에 소비자물가안정 상한까지는 1∼2%의 여유밖에 없다. 물가 당국은 공공요금 등 연례적인 물가상승 요인이 이미 다 흡수됐고 5월부터는 채소·과일 등 주요 농산물들이 본격출하되기 시작하는데다가 경기가 계속 부진,안정목표 유지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건축경기의 호조세(3월 건축허가면적 작년의 배)가 예상되는데다가 각종 규제의 해제로 땅,주택,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 합판,철강 등 일부 건자재는 벌써 품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비스료는 계속 복병으로 남아있다. 물가전선은 결코 견실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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