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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전이 기종선정 좌우한듯/커지는 KFP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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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전이 기종선정 좌우한듯/커지는 KFP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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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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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부족… 「외압」에 결정번복 소지/F16·18 모두 “구세대” 근본문제도/불 미라주등 제외… 미사와만 접촉도 짚어볼 대목최근 기종선정 변경과정에 로비의혹이 일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사업(KFP)은 이미 알려진 사실보다 의문점이 더 많고 선정과정에서 우리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로 손꼽힌다.

의문점으로는 우선 차세대 전투기로 최종 선정된 F16이나 경쟁상대였던 FA18 두기종 모두 70년대에 개발된 「구세대」 전투기인데 어떻게 「차세대」 전투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로비의혹도 기종선정의 「번복」에 초점을 두다보니 F16의 생산회사인 제너럴 다이너믹스(GD)에 더 쏠리고 있는데 과연 GD가 정부의 당초 결정을 번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로비력을 가졌다면 왜 처음부터 F16을 선정되게 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 KFP의 후보기종이 F16과 FA18 등 왜 미국 비행기뿐이었느냐는 기본적인 의문과 기종을 선정하는데 10년씩 끌어야한 배경,이로인한 엄청난 국고손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KFP의 실체◁

KFP는 차세대 전투기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는 Korea Fighter Program의 약어로 국산 전투기의 단계적 생산계획을 의미한다.

KFP사업은 북한이 보유한 최신예 미그29기에 대응하는 공군력의 보강과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83년 KFP 계획을 내놓자 세계적인 군수업체들이 달려들었으나 처음부터 경쟁대열에 나선 것은 GD의 F16과 노드롭사의 F20이었다.

박종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연루된 로비의혹사건으로 유명한 노드롭은 그러나 84년 10월 F20이 수원 공군기지에서의 시험비행중 추락함으로써 경쟁대열에서 탈락했고 86년 맥도널 더글러스(MD)의 FA18이 뒤늦게 KFP에 뛰어들었다.

GD측은 당시 경쟁상대였던 노드롭이 중도 탈락한데다 이미 81년 한국의 F16 40대를 공급한 「거래실적」이 있고 대우중공업과 부품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KFP의 승리를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GD의 독주태세에 MD가 뛰어들면서 KFP는 치열한 로비전의 양상으로 치닫게 됐고 86년 KFP의 국내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삼성항공이 MD쪽을 밀게 되면서 KFP는 대우와 삼성의 대리전 양상까지 띠게 됐다.

▷로비의혹◁

노드롭의 로비사건에서 드러났듯이 KFP를 겨냥한 로비전의 규모는 엄청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GD와 MD 모두 예비역 공군 장성들을 고문이나 상담역으로 영입,군당국과 접촉하는 한편 전직 미군 장성 등 거물급 인사도 고용했다.

GD와 MD의 로비자금은 확인할 수 없으나 최소한 1천만달러 이상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 노드롭이 박종규씨에게 건네준 돈이 6백25만달러였고 노드롭의 한국판매 대리점이었던 동양고속이 2년간 경비로 노드롭에 청구한 금액이 1천6백만달러였다는 점에서 KFP의 로비자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사정을 조금이라고 아는 사람들은 MD측이 GD보다 훨씬 많은 로비자금을 썼을 것이라고 말한다. GD측은 85년 미국 의회에서 군납 뇌물스캔들에 휘말려 사장이 사임하는 등 된서리를 맞은 직후인데다 회사매출이 군수품으로만 이뤄져 미정부의 엄격한 회계감사 통제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로비자금으로 쓸만한 「비자금」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MD측은 군수품외에 DC10기로 잘 알려져 있듯이 보잉·에어버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민항기 제조회사로 꼽힐 정도여서 GD보다 「운신의 폭」이 넓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로비력에 힘입었든 FA18의 성능이 뛰어났든 MD는 마침내 89년 12월 KFP의 기종선정에서 승리했고 GD는 일단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F16과 FA18◁

FA18과 F6 보다 값은 훨씬 비싸지만 신형이며 성능이 크게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FA18에 대해 『공군이 원하고 성능이 월등하다』고 밝히며 F16과 성능상 「독수리와 참새」의 격차가 있다고 극찬까지 했었다.

그러나 F16과 FA18은 사실상 개발시기가 같고 최초 비행시기도 76년과 78년으로 2년간의 차이가 날뿐이다.

FA18이 성능면에서 다소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과연 F16의 2배 가격을 받을 만큼 뛰어난가 하는 점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씨(예비역 대령·육사 22기)는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는 F16과 FA18의 가격차이가 10∼20% 정도라고 하나 이는 MD의 「발부터 들여놓고 보자」(Foot in the door)는 상술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FA18을 우리가 고집했다면 KFP 예산으로 50∼60대 밖에 구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씨는 또 FA18이 비싼 이유는 성능상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FA18이 해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바닷물의 부식에 강하도록 동체의 재질을 신소재인 티타늄으로 사용했고 항공모함에서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랜딩기어가 특수개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공군이 FA18을 선호했던 이유중 하나는 한반도 전체를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인식하는 전략적 개념과 북한 공군과의 공중전이 벌어진다면 해상일 가능성이 높고 미그29기도 쌍발엔진이라는 전술적 요인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종선정 기간중 FA18의 가격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높았고 기종선정시 가격을 함께 고려한 비용·효과분석이 필수적이었는데도 FA18을 고집한 것은 로비의혹을 짙게 풍기는 대목이다. 더구나 8년간의 연구검토끝에 FA18을 선택한 정부가 뒤늦게 가격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재검토 5개월만에 F16으로 급선회한 것도 공군의 이같은 전략·전술개념과 어긋나는 것이란 지적이다.

▷그밖의 문제◁

미국은 이미 80년대말부터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추진,F16과 FA18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기종으로 YF22와 YF23 전투기를 91년에 선보였다. 또 미 국방부는 당초 올해부터 F16의 구매를 중단할 계획이었다. 76년에 최초 비행을 한 F16을 90년대에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할 정도로 우리 공군은 발이 늦었던 셈이다.

선정기간도 너무 길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분석력과 정보력이 뛰어나다면 로비가 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 그러나 정보가 어둡고 판단능력이 떨어지다보니 로비가 기종선정을 좌우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기종선정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우리나라는 가만히 앉아서 20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F16의 가격은 80∼91년 사이 미정부 구입단가 기준 1천만∼1천9백만달러였으나 92년에는 2천6백만달러,93년에는 3천8백만달러로 치솟았다.

KFP의 후보기종으로 프랑스의 마라주나 독·이의 토네이도,구 소련의 미그기는 선택할 수 없었을까하는 점도 짚어볼만한 대목이다. 특히 프랑스의 미라주전투기는 세계군수업계에서 F16이나 FA18과 충분히 경쟁할만한 뛰어난 전투기로 평가되고 있다. 가격면에서는 물론 기술이전측면서도 까다로운 미국보다 프랑스가 훨씬 유리한 조건을 내세웠을 것이라는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 한미관계만을 의식,다른 나라와의 교섭은 시도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F16은 사실 GD가 생산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에 F16을 판 GD지사는 록히드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우리는 GD가 아니라 록히드로부터 F16을 공급받게 되는 셈이다. 지난 3월 GD가 F16 생산부문(포트워스디비전)을 록히드에 양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 군수사업은 빨리 변하고 있다. 기종선정 과정의 의혹을 캐는 일과 함께 KFP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군수체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재검증해야할 때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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