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포고령”·루츠코이 의회결의 촉구러시아의 보혁대결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측근과 군부의 부정부패 시비로 비화돼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 3월28일 정적인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부통령을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직접 이를 관장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러한 포고령은 표면상 러시아 전체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혁갈등이 깔려있다.
루츠코이 부통령은 지난 3월 옐친의 측근인 예고르 가이다르 전 총리대행을 비롯,겐나디 부르불리스 전 국무장관,블라디미르 슈메이코 부총리 등이 부정부패에 깊숙이 관여돼있다며 조사결과를 곧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옐친 진영은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전개될 보수파의 공세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루츠코이를 위원장직에서 해임조치했다는 것이다.
루츠코이의 「증언」이 있자 옐친이 포고령을 내리기 이전에 최고회의는 부패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발렌틴 스테파노프 검찰 총장이 루츠코이로부터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고회의가 임명한 스테파토프 검찰 총장은 지난 국민투표 선거기간에도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이 구 동독 주둔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상당액의 군수품을 불법 처분한 사실을 묵인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비난한바 있다.
루츠코이의 주장은 가이다르 전 총리대행 등이 헐값으로 금·석유 등 국가의 재산과 자원을 불법 혹은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외국의 업자에게 넘겨주고 그 대가를 챙겼으며 이같은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천쪽의 증빙서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루츠코이나 스테파노프 주장의 사실여부는 현재 확인키 어려우나 러시아 관료와 군고위장성 및 국방부 관계자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건이 많아 진위여부를 떠나 앞으로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정국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옐친 신문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지에 따르면 구 동독 주둔 러시아군과 관련된 부정부패 비리는 약 6천만달러에 달하며 그라초프 국방장관을 비롯,5명의 고위장성이 연루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유리 볼다레프 감찰국장이 옐친에게 비밀리에 보고했다. 그러나 옐친은 관련자를 처벌하기는 커녕 오히려 볼다레프를 해임하고 측근인 알렉세이 일류센코를 감찰국장에 임명했다는 것.
로시스카야 가제타지는 이 비밀보고서 내용을 폭로하면서 상당량의 군수품이 불법으로 매각되고 군용차량에는 화장품 등 고가의 사치품이 실려 러시아로 밀반입됐다고 보도했다.
일류센코 감찰국장은 이같은 보도를 시인했으나 국방장관의 관련여부는 밝히지 않았는데 스테파노프 총장이 국방장관을 강력하게 비난함으로써 의혹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그라초프 장관은 이에 대해 『이는 정치적 음모이며 정부와 국방부를 불신임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작극』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군부와 전 현직 각료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근 적발된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들의 불신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극동군구의 공군 소장과 대령이 군용기를 민간용으로 사용하면서 돈을 착복해 구속됐으며 제10방공군 소속 알렉산드로프 중장이 공금유용혐의로 보직 해임됐다.
또 발틱함대 고위 해군 장성 및 장교 62명이 구형 잠수함을 외국에 처분하면서 부정을 저질러 조사를 받고 일부는 징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들의 부정부패도 이에 못지 않다. 최근 체르니호프스크시 시장대행이 지위를 이용,독일의 원조물품을 착복해 구속되는 등 약 3천여명의 정부 관리들이 부정부패로 체포되거나 해임됐다.
하지만 부정부패 척결문제가 러시아의 보혁대결에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쉽사리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부패추방은 옐친 대통령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성역없이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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