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영삼대통령이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일본측에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많은 재일동포와 한국주재원들은 갈채를 보냈다. 도덕적 우위에 서서 난마처럼 얽혀있는 한일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당당함이 마음을 끌었다.동경 한국인사회에서 요즘 가장 큰 화젯거리는 김 대통령의 과감한 개혁드라이브이다. 연일 터져나오는 비리척결의 뉴스에 속시원해 하기는 서울이나 동경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신문들에도 서울발 기사가 연일 주요 뉴스거리가 되고있다. 사정의 칼날이 군부에까지 다다르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예상밖이라는 표정이다.
서울의 개혁바람은 일본정치의 최대현안인 선거제도 개혁법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소 선거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가지야마(미산정육)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9일 서울의 봄바람을 쐬고난뒤 「이번 국회회기내 통과」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지난 26일 아사히(조일)신문 독자란에는 「한국처럼 골프를 자숙하자」는 내용의 투고가 실렸다. 김 대통령이 『임기내 골프를 치지않겠다』고 한 말에 감명을 받았다는 이 독자는 뇌물수수와 뒷거래를 조장하는 골프를 일본의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이젠 자제하자고 촉구했다.
한국에 신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져가고 있는듯하다. 6공때 고조됐던 혐한론은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신정권이 일본 중시의 외교정책을 내건 것도 일본정부와 언론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일간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시기에 공노명 신임 주일대사가 곧 부임하게 된다.
공 대사는 지난 13일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데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 매스컴들은 한국 신정부의 일본중시 노선을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백만대군이나 얻은 듯 기뻐하는 빛이 역력했다.
외교관들은 이른바 「외교적 수사」를 잘 구사한다. 냉철한 국익계산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사견」으로나마 일본측에 큰 선물을 안겨준 공 대사의 실력은 지금부터 판가름난다. 기술이전 문제,무역역조 시정 등의 현안에 그가 어떤 묘수로 국익을 극대화할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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