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의 자율성은 지금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 대학들은 자율성을 신장시켜 보겠다는 의지 자체를 갖고있는지 의심하게 된다.국어·영어·수학·과학·외국어를 중심으로 4과목 내지는 2과목,적게는 1과목을 본고사로 쳐,신입생 선발의 핵심자료로 삼겠다고 「새대학 입시제도」에 맞춘 입시요강을 발표했던게 1년여전인 지난 4월말께였다. 1백38개 4년제대학중 40개 대학들이 학생선발에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였다.
그러했던 대학들이 광운대와 경원대의 채점조작에 의한 대규모 입학부정사건이 터진후부터 슬금슬금 본고사 포기 기미를 보이더니,교욱부의 「본고사 유보권유 지시」가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고사 포기지대열에 끼이려고 경쟁을 하는듯한 치졸한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본고사를 치르기로 한 대학들은 「본고사 치는 대학=좋은대학」처럼 자율성을 외쳐대었다. 이제와서는 「본고사 안치는 대학=고교교육 정상화에 협조하는 대학」처럼 배알도 없어보이는 작태를 하고있다. 또 「본고사=입학부정」이란 이상한 등식마저 생긴듯도 하다. 지성과 양식의 집단을 자처하는 대학들이 저러하니 한심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물론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고 안치고 하는 것부터가 대학의 자율권한에 맡겨졌던게 「새 대학입시제도」의 취지이자 특징이다. 본고사라해서 국·영·수 등 도구과목을 꼭 치라했던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러한 도구과목들에 대한 평가는 수학능력시험에서 하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고 학문을 하는데 기본인 논문작성 능력을 시험하든지,대학특성이나 전공학과의 성격에 맞는 과목을 본고사로 치기를 바랐다.
내신성적을 활용할때도 등급만 보지말고 전공학과에 연관성이 큰 학과목 성적에 가중치를 주거나,활동상황 등에 역점을 두는 식의 본고사 전형을 바랐던게 「새 대학입시제도」가 도입한 본고사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본고사과목을 정할때 서울대를 모델로 삼아 그보다 한두과목씩 적게 잡고 주관식 출제를 하는 것만이 본고사의 전부인것처럼 떠들며 그래야만 학생 선발에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겨대었다.
그러던 대학들이 본고사 포기를 결정한 속셈은 알고도 남을만하다. 우선 단독으로 본고사를 출제하고 채점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규모 큰 대학들은 몇억원 가까이 소요될거라는 주장이다. 변별력이 높은 주관식 문제를 제대로 출제할 능력도 없다. 채점과정에서 부정을 방지할 자신도 없다. 생각없이 본고사를 치겠다고 해놓고 걱정이 태산같던 차에 「교육부의 유보지시」가 나오자 「얼씨구나 이때다」했던 것이다. 11개 대학으로까지 줄었고 조금 더 있으면 본고사를 칠 대학이 몇개나 남게될지 모를 상황을 보면서 걱정을 하게되는 것은 우리 대학들의 자율성과 자생기능이 어디까지 더 후퇴할 것인가.그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본고사를 치든,무시험전형을 하든 자기대학이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권한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게 정도다. 특히 사학의 경우 각기 다른 건학이념과 대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비전과 목표에 합당하게끔 학생선발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정하도록 해야하고 또 대학이 그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언젠가는 우리 대학들이 실현해야 할 대학의 자율성 확보의 일차적 이정표이기도 하다. 그러한 정책의지에 따라 학생선발의 자율폭을 크게 넓혀주기로 했던 교육부가 본고사를 「유보하라」고 권유하는 것부터가 일관성 없는 처사이고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랄 수 있다. 「획일의 틀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겠다는 대학들의 행태야말로 대학의 자율성을 스스로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입학부정」이란 구더기가 아무리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한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담그기를 포기하겠다면 대학들은 더 이상 자율권을 달라는 말을 할 자격과 자질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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